한국일보사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전국국어교사모임이 공동 주최하는 문장청소년문학상 2010년 10월 시 장원에 하상민(경남 대아중ㆍ필명 송신탑)군의 ‘조화(造花)’가 선정됐다. 이야기글에서는 전보라(경기 구리여고ㆍ필명 조밥먹고체했어)양의 ‘벽’, 생활글에서는 원해솔(스스로넷 미디어스쿨ㆍ필명 정글피쉬)양의 ‘스키니진’, 비평ㆍ감상글에서는 연지혜(인천국제고ㆍ필명 세계를펼쳐라)양의 ‘무정: 정이 없음, 무정이란 무엇인가_ 이광수의 을 읽고’가 각각 장원에 뽑혔다. 당선작은 ‘문장 글틴’ 홈페이지(teen.munjang.or.kr)에서 볼 수 있다.
造花
하상민(필명 송신탑)
조화는 시들지 않는다. 가련한 갈대밭 사이의 들꽃은 한껏 부러워했다.
처음에 싹을 틔우고 물마시고 할 때 조화는 처음부터 성숙미를 물씬 풍겼다.
소나기에 흠뻑 젖어 잠겨보기도 하고 바람에 시달리고 햇볕에 쬐고 하다가
공중을 천천히 가르면서 넓적하게 그물망을 뻗어가기 시작할 때
조화는 벌써 잘 짜여진 천을 펄럭였다.
줄기에 빳빳하게 솜털이 돋고 머리끝에 깨끗한 물이 들어 기뻐할 때
조화는 영원하게 빛날 듯이 그 물기가 빠질 것 같지 않았다.
봄내음 물씬 풍기는 계절을 들이마시고 또 노래할 무렵엔 곤충과 사랑에 빠져
깊은 곳에서 두근거리는 씨앗을 품고 잠에 들 때
조화는 원래부터 그 떨림을 간직한 것처럼 도도하게 꽂혀 있었다.
끙끙거리며 부어오르는 가슴을 쥐어 잡다가 어느 순간 탁하고 터져
넓게 트인 마음으로 행복하게 숨을 들이쉴 때
조화는 언제나 그랬듯이 콧대를 세우고 숨을 쉬는지도 모르게 잠자코 그 자태를 유지했다.
그 우러나오는 마음이 이제는 쪼글쪼글해지고 젊고 힘이 넘쳤던 마음도 다른 바람 만나자
늙어가기 시작할 때 조화는 끝까지 어린 척하며 늙은이들을 내려다보았다.
목이 꺾여 처음의 땅을 바라보다가 슬퍼져서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잠이 와서 뿌리를 뽑고
잠시 눈 좀 붙였더니 온몸이 흙에 잠겨 헤어 나올 줄 모를 때
조화는 그때까지도 시들지 않았다. 아니다. 전화기 옆에 놓인 조화의 플라스틱 냄새 나는
이파리들이, 주인의 쓰다듬는 손에 뚝뚝 부러지기 시작했다. 조화도 결국 시든다.
… 아무도 몰랐지만 그 즈음에 촉촉한 땅 깊숙한 데서는 새로운 생명이 말굽을 갈았다.
▦심사평
질 수밖에 없는 꽃이 처음부터 질 요량도 없는 가짜 꽃을 부러워했다니, 이건 너스레이거나 풍자의 이웃이 아닐까. 꽃에의 심술이 조화(造花)를 낳았다지만 그 꽃은 박명(薄命)도 없다. 짐짓 참다이 지는 꽃이라야 ‘말굽’을 갈아신고 나와 투레질하는 제 안의 꽃의 후계를 보겠다.
유종인ㆍ시인
한국일보사,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전국국어교사모임은 ‘2010 문장청소년문학상 연중 온라인 공모전’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문장 글틴’ 홈페이지의 ‘쓰면서 뒹글’ 게시판에 시, 이야기글, 비평ㆍ감상글, 생활글을 올리면 됩니다. 문학에 관심 있는 청소년들의 많은 참여를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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