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허들이 광저우에서 신바람을 냈다. 한국 허들의 간판 이연경(29ㆍ안양시청)과 박태경(30ㆍ광주시청)은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메달을 따내며 경쟁력 있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연경은 남녀 허들 사상 첫 아시안게임 금 사냥에 성공했고, 박태경은 중국의 류샹, 스 동펑에 이어 동메달을 차지했다.
특히 박태경은 13초48로 한국 기록을 세우는 쾌거를 일궜다. 반면 한국은 100, 200m 단거리 종목에서 전덕형(경찰대)만이 결선에 진출했을 뿐 참담한 성적표를 받았다. 단거리는 안 되지만 허들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이유는 뭘까.
허들 종목은 10개의 허들을 뛰어 넘어야 하기 때문에 '기술적 요소'가 필요하다. 반면 단거리종목은 기술보다는 신체 조건이 중요하다. 허들은 100m, 200m와 달리 기술적 요소가 가미되면서 한국 육상이 집요하게 파고들 수 있는 여지가 있는 셈이다.
이연경과 박태경은 러시아 출신의 세르게이 티바소브 코치의 도움으로 허들 넘는 기술을 보완하면서 기록을 단축해 나가고 있다. 허들을 넘을 때 체공 시간을 줄이고 양 발의 움직이는 동작을 뜻하는 피치가 빨라진 게 기록 단축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이연경의 경우 100m 기록이 12초00이지만 허들 기록은 13초00이다. 허들 10개를 넘는데 1초밖에 더 걸리지 않는다. 여자 허들 100m의 경우 올림픽 A기준 기록은 12초96. 이연경은 12초대 진입도 충분히 가능하기 때문에 세계선수권 결선 진출 희망을 밝히고 있다.
박태경도 올림픽 A기준 기록인 13초55를 넘어섰다. 세계선수권 결선 진출은 힘들지만 1라운드 통과는 가능한 기록이다. 송연식 한국대표팀 허들 감독은 "류샹과 일본 400m 계주를 봐라. 기술적인 요소가 있는 종목이니까 동양 선수들이 신체적 불리함을 극복하고 세계무대에서 선전할 수 있다"며 "스피드에서 어차피 서양 선수들을 따라잡을 수 없으니 한국도 테크닉적으로 철저히 파고 들어 경쟁력을 갖춰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류샹은 아시아 선수들은 불가능할 것으로 여겨졌던 '성역'을 2004년 아테네올림픽 우승으로 깼고, 일본도 베이징올림픽 남자 400m 계주에서 동메달을 차지하며 세계육상계를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중국과 일본처럼 허들에서 한국 육상의 해법을 찾는 것도 한 방법이다.
광저우=김두용기자 enjoysp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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