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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재계의 '연평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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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재계의 '연평도'

입력
2010.11.26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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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국가보다 정치를 앞세우는 사람들에게 대통령이 결연한 입장을 취해줄 것을 요구합니다. 우리나라의 재정건전성과 국민들의 복지를 위해 연간 소득이 100만달러를 넘는 사람에 대한 감세를 예정대로 금년 말 끝내야 한다는 것입니다. 신실한 국민으로서, 우리에게 더 이상 감세가 필요하지 않으며 감세가 결국 재정적자와 다른 납세자들의 빚 부담을 늘리게 된다는 점을 잘 압니다. 이 나라는 정당하고 책임있는 방법으로 재정규율을 이행해야 합니다 100만달러 이상 소득자에 대한 감세 종료는 이런 방향으로 나아가는 중요한 걸음이 될 것입니다."

■ 최근 정치권에서 오락가락하는 감세논쟁을 비아냥대려고 어떤 네티즌이 상상력을 동원해 지어낸 글이 아니다. 연 소득 100만달러를 넘는 미국의 부호 45명이 만든 '튼튼한 국가재정을 위한 애국 백만장자(Patriotic Millionaires for Fiscal Strength)'모임이 최근 홈페이지를 통해 오바마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다. 공화당이 중간선거 대승의 여세를 몰아 부시 행정부 시절 도입한 한시적 감세정책을 전면 연장하려 하자, 연 소득 25만달러 이하 중산층 계층에 한해 감세혜택을 연장할 방침인 오바마 정부를 지원하고 나선 것이다.

■ 민주당 지지자들로 구성된 이들은 홈페이지에 올린 별도 자료에서 부자감세가 민국의 빈부격차와 재정악화를 한층 가속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민의 상위 1%인 37만여명이 연간 100만달러 고소득을 올리는데, 이들의 소득이 1879~2007년에 281% 급증한 반면 1976년 70%였던 최고소득세율은 35%로 떨어진 까닭이다. 빌 게이츠 등과 함께 '책임있는 부자'클럽을 이끄는 워런 버핏도 가세했다."부자들은 늘 우리에게 더 많은 돈을 주면 더 많이 쓸 것이고 결국 모든 사람에게 흘러내려갈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런 일은 결코 없었다."

■ 북한의 연평도 무력도발로 민간인이 죽고 60년 만에 피란민이 줄을 잇는 비상한 시기를 틈타 전경련이 감세철회 움직임과 9ㆍ29 대ㆍ중소기업 동반성장 정책에 정면 반격을 가했다. 늘 하던 얘기로, 내년에도 감세와 규제완화 등 그동안의 정책기조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가의 존립과 존엄이 위협받는 위기 상황을 맞아 어느 때보다 굳건한 국민통합과 사려 깊은 대처가 필요한 시기에 이런 공세를 취하는 기회주의적 처신이 놀랍다. 안보는 결코 공짜가 아님을 누구보다 잘 알 법한 집단인데도 말이다.

이유식 논설위원 y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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