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중부 산시(陝西)성 우치(吳起)현 도심에 지난 봄 21층 규모의 초현대식 '우치 인터내셔널 호텔'이 문을 열었다. 통 유리로 만들어진 엘리베이터 2개가 금속외장으로 꾸며진 건물벽을 쉼 없이 오르내리는 호화스러운 호텔이다. 하지만 우치현 정부가 지역경제 활성화와 주민들의 소비 증진을 위해 건설한 이 첨단 호텔은 말 그대로 '파리를 날리고'있다. 이곳에서 묵은 한 서방 기자는 "로비에서 손님을 한 명도 볼 수 없었고, 직원은 헬스클럽을 사용할 것인지 미리 물어볼 정도였다"고 말했다. 주변 상점들은 손님이 없다는 사실을 증명하듯, 늦은 오후부터 철시하기 바쁘다는 게 전언이다. 2007년부터 무상교육을 실시하면서까지 소비를 이끌어내는데 진력한 우치현 지방정부의 노력이 사실상 성과가 없었음을 보여주는 일례다.
2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중국이 과연 거대한 소비자가 될 수 있을까?'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우치현의 예들 들어 소비대국이 되기에는 아직 갈 길이 먼 중국의 오늘을 조명했다.
중국은 미국과 함께 'G2'로 불리는 초강대국이지만 경제력과 무역 성장세만큼 소비력 상승세는 시원치 않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7,000달러이지만 1인당 소비액은 연간 2,500달러에 머물러 있을 정도다. 중국보다 경제규모에 있어서 겨우 1.5배가 큰 브라질의 1인당 소비액은 7,000달러에 달하며 미국은 무려 3만 달러에 이른다.
NYT는 중국의 소비진작이 지지부진한 이유에 대해 중국 노동자의 고질적인 저임금과 성장동력 정체, 주택가격 급등세 등을 꼽았다. 신문은 "우치현의 경우 무상교육으로 소비여지가 늘었지만 주민들은 돈을 쓰지 않고 대신 저축액을 늘리고 있다"며 "턱없이 낮은 임금이 현실화되지 않으면 중국의 내수를 올릴 수 없다"고 전했다. 중국의 은행 관계자는 "성장이 지속되지 않을 것이란 신호가 이어진다"며 "재정위기와 같은 문제는 아니지만 오랫동안 소비가 정체된다면 심각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중국이 경제력에 비해 '소심한 소비자'로 계속 남아있게 되면 그 파장은 그대로 미국을 비롯 세계경제에 미친다. 내수에서 소비되지 않는 중국의 공산품은 결국 해외 시장으로 향하게 돼, 결국 미국의 대외무역적자를 끌어 올리기 때문이다.
NYT는 "중국과 미국이 모두 살아 남기 위해서라도 중국은 투자를 적게 하고 소비를 늘리는 쪽으로 움직여야 한다"며 "지속적인 성장을 창출하는 노력도 두 강대국을 살리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양홍주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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