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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보수는 어떻게 지배하는가' 개혁해봤자 바뀌는 것이 없다? 200년간 반복된 보수논리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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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보수는 어떻게 지배하는가' 개혁해봤자 바뀌는 것이 없다? 200년간 반복된 보수논리 비판

입력
2010.11.26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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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버트 허시먼 지음ㆍ이근영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발행ㆍ252쪽ㆍ1만5,000원

세상을 한번 바꿔보겠다고 분기탱천한 젊은이들이 주변에서 쉽게 듣는, ‘걱정 반, 냉소 반’의 조언들. “그래 봐야 되레 역효과만 날 거다.”(역효과 명제) “백날 해봐야 바뀌는 것은 없다.”(무용 명제) “그러다 다른 게 위험해진다.”(위험 명제)

정치 논쟁뿐만 아니라, 일상 생활에서도 흔히 들을 수 있는 이 말들이 지난 200여년간 사회 변화나 개혁의 요구가 분출할 때마다 보수 사상가들이 즐겨 사용하던 반박 ‘무기’였다. 는 18세기 프랑스 혁명, 19세기 보통선거권 도입, 20세기 복지국가 수립 등을 둘러싼 역사적 논쟁에서 보수 담론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언어적 패턴을 분석한 책이다.

저자 앨버트 허시먼(95ㆍ사진)은 20세기의 대표적 비주류 경제학자 중 한 명. 분배를 무시한 채 성장만 계속 추구하다간 경제성장의 동력 자체를 잃는다는 ‘터널 효과’ 이론 등으로 유명하다. 장하준 영국 캠브리지대 교수는 근간 에서 지난 30년의 세계경제를 돌아보면 비주류 경제학자들의 조언이 더 유효했다며 그 대표적 학자로 허시먼을 꼽기도 했다. 허시먼은 후기에는 이데올로기론에 관심을 보였는데 는 그가 1991년 프린스턴대 석좌교수로 재직할 당시 쓴 책이다. 미국에서 신보수주의가 힘을 얻는 모습을 보면서, 보수주의자들의 수사법 등 언어적 현상에 주목한 것이다.

허시먼은 개혁에 대한 반작용으로 반복해서 등장하는 보수 논리를 3가지로 정리하는데, 그것은 역효과ㆍ무용ㆍ위험 명제다. 역효과 명제는 ‘(선한) 의도와는 달리, 정반대의 결과를 낳는다’는 주장으로 예컨대 빈민구제는 게으름을 조장해 오히려 빈민을 영원히 가난에 갇히게 한다는 것이다. 19세기 산업재해보험이 처음 도입됐을 때 고용주나 전문가들은 노동자들이 일부러 자신의 손발을 자를 것이라며 반대했다. 이는 지금도 정부의 시장 개입이나 사회복지 정책 등을 반대할 때 어김없이 등장하는 논리다. 역효과 명제는 보수 사상에 널리 퍼져 있지만, 실제로 역효과는 ‘널리’ 존재하는 게 아니라 특별하고 극단적인 경우라고 허시먼은 말한다.

무용 명제는 ‘얼핏 변한 듯 보이지만, 실제 밑바닥에서 바뀐 것은 없다’는 주장. 프랑스혁명의 성과는 이미 구체제부터 있었던 것이라는 토크빌의 분석이나 소득분포의 불평등도를 법칙화한 파레토 등이 이런 부류에 속한다. 소득 격차를 줄이려고 해봐야 불평등은 변함없을 것으로 본 파레토는 정치적으로도 민주주의적 선거의 도입이 어떤 진정한 변화를 가져오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위험 명제는 개혁 자체를 반박하지는 않지만, 그로 인해 다른 위험이 발생할 것이란 주장이다. 민주주의가 확대되면 자유가 위태로워진다는 식이다.

세 가지 명제의 문제는 ‘우리는 아무 것도 할 게 없다’는 무기력증을 유포한다는 것 외에도, 대화의 가능성을 막는 ‘비타협적’ 담론이라는 점이다. 허시먼이 이 같은 분석을 통해 희망하는 것은 바로 열린 대화와 토론이다. “토론과정에서 얻게 되는 새로운 정보의 결과로 처음 가졌던 생각을 수정할 용의가 있어야 한다.”(228쪽)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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