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 대통령 선거가 연기 논란 속에 결국 28일 실시된다. 23만명의 목숨을 앗아간 지난 1월 대지진 피해가 채 복구되기도 전에 콜레라까지 덮친 카리브해 최빈국에 새 희망이 움틀 수 있을 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내년 2월 취임할 새 대통령은 본격적인 국가재건을 맡을 책임자가 될 전망이다.
그러나 아이티인들은 선거에 냉소를 보내고 있다. 인구 80%가 빈민층일 정도로 가난한 나라지만 소수 정치인들과 기업가들은 엄청난 부를 축적하고 있어 정치에 대한 불신이 뿌리깊다. 미국의소리(VOA) 방송 등 외신들은 '누가 대통령이 되도 바뀔 게 없다'는 생각이 팽배해 있다며 투표율이 저조할 것으로 예측했다. 소요사태도 우려된다. 유엔 등 현지 선거를 지원하기 위해 머물고 있는 국제 감시단들은 투표율이 40%를 밑돌 경우 정파간 싸움이 격화해 오히려 정국이 혼란에 빠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국민들은 1월 대지진 당시 해외로 도피하려 했던 무책임한 르네 프레발 대통령을 몰아내고 새 정부를 꾸려 조속히 혼란을 수습하길 바라고 있다. 국제사회도 프레발 정권의 부패 때문에 돈을 건네길 꺼리고 있어 원활한 재건 자금 수혈을 위해서라도 빠른 정부구성이 필수적이다. 아이티 재건기금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53억달러의 국제원조 약속 중 12%만 당도한 상황이다. 그러나 150만명이 집을 잃고 떠돌고 선거인 명부도 제대로 확보되지 않았는데 과연 선거를 치를 수 있겠냐는 회의가 팽배하다.
여기에 후보 19명이 난립해 결선투표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과반의 지지를 획득하지 못할 경우 1,2위 후보가 결선에서 맞붙는데, 현재 야권 진보민주국민연합(RDPN)의 여성후보 미를란드 마니가(70)가 지지율 30.3%로 선두를 달리는 가운데 프레발의 사위인 집권당 쥬드 셀레스틴(48)이 10%포인트 차로 추격 중이다.
채지은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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