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메아리] 확전 자제 비난만 할 일인가

입력
2010.11.26 12:11
0 0

북한의 연평도 공격에 대한 미흡한 대응이 도마에 올랐다.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씩이나 얻어 맞고서 왜 제대로 손을 봐주지 못했느냐는 것이다. 그렇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이명박 대통령의 확전 자제 지시 아니냐는 게 논란의 핵심이다. 한참 얻어맞는 와중에 나온 대통령의 첫 반응이 소극적이어서 대응에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이다. 뒤에 대통령이 그 발언을 하지 않았다고 청와대가 부인하고 이 발언을 인정한 국방장관을 책임을 물어 해임해 사실 여부는 알 수 없게 됐다.하지만 설사 그런 말이 나왔다 하더라도 안보상황을 책임진 대통령이나 청와대로서는 나름대로 적절한 원칙을 지킨 발언이었다고 본다.

발언 수시로 바뀐 게 더 문제

확전 자제 발언 논란에는 전투기 동원 등 북한의 해안포 기지를 초토화시켰어야 한다는 일부 보수세력의 주장이 배경에 깔려 있다. 그러나 이는 공중전은 물론 사실상의 전면전을 각오해야 하는 가장 극단적인 차원의 문제다. 당시 우리 측은 전투기 8대를 출격시켰으며, 북한군은 포격 직전 미그기 5대가 초계비행을 한 뒤 대기 중이었다. 자칫하면 서해안 지역, 나아가 수도권까지 전투기와 미사일의 폭격이 벌어질 수 있는 일촉즉발의 상황이었다. 대한민국의 안전과 국민의 생명을 책임지는 군 통수권자로서 이런 최악의 시나리오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만에 하나 미그기가 단 한 발의 미사일이라도 수도권 지역에 떨어뜨렸다고 가정해보자. 상상하기조차 끔찍한 일이 벌어질 것이다. 수많은 인명과 재산피해는 물론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국가신용등급이 하락하고, 외국인들이 빠져나가는 등 우리 경제와 국가 전체에 암울한 그림자가 드리워질 것이다. 무슨 소설 같은 얘기를 하느냐고 할지 모르지만 그 동안 북한이 보여온 극악한 행태를 보면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도발이란 카드를 상습적으로 꺼내 드는 북한도 과거 서해교전에서 패배하면서도 미사일이나 전투기를 동원하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지 상기할 필요가 있다. 그만큼 일정 기간 이어지는 국지전, 나아가 전면전은 우리에게나 북한에게나 쉬운 선택지가 아니다.

그보다 이 대통령이 비난 받을 것은 사건 당일 몇 차례나 지시를 바꾼 데 있다. "단호히 대응하라" "상황이 악화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라""몇 배로 응징하라"는 등 보수층을 의식해 시간이 갈수록 발언이 강경한 쪽으로 바뀌었다. 포격전이 벌어지는 위기상황에서 군 통수권자가 지침을 그때그때 편의에 따라 바꾸는 것은 군에 큰 혼란을 준다. 위기 시에 지도자는 적과 국민에게 일관된 신호를 보내고 흔들리지 않는 원칙이 있음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국가지도자로서 신뢰를 잃게 된다.

장관 교체로 해결되지 않아

정작 더 큰 문제는 북한과 충돌이 일어날 때마다 되풀이되는 군의 위기 대응 능력이다. 북한의 도발 징후를 사전에 파악하지 못했을 뿐더러 사후 대응도 부실해 북한군의 포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늑장 대응 사격 논란이 일자 국방장관이란 사람이 "포탄이 떨어질 때는 우선 대피해야 하기 때문에 13분이면 훌륭한 것"이라고 넋 나간 얘기를 했다. 우리 수도권을 향한 북한의 장사정포는 처음 공격 이후 7~14분 만에 파괴해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데, 그 논리대로라면 대응도 못하고 눈뜨고 당하라는 얘기나 다름없다.

북한이 포격 6시간 전 호국훈련에 따른 사격을 중단하라고 전통문을 보냈을 뿐 아니라 미그기 초계비행과 해안포 전진배치 등의 도발징후가 있었지만 예측에 실패했다. 현장의 자주포 6문 가운데 2문이 고장 나 사용할 수 없었고, 대포병 레이더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천안함 사태 당시 비밀주의와 말 바꾸기로 극도의 불신을 초래한 게 불과 얼마 전이다.

이런 문제는 장관을 바꾼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그렇잖아도 정찰기가 추락하고 군용단정이 뒤집히고, 고속정이 충돌하는 등 하루가 멀다 하고 사고가 빈발해 불안해하는 마당이다. 정부와 군의 총체적 안보 관리 무능력에 국민은 절망하고 있다.

이충재 편집국 부국장 cj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