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연평도 도발로 우리는 한반도가 위험한 화약고임을 새삼 체감했다. 충격과 분노가 워낙 크다 보니, 냉정하고 합리적인 대응을 주문했다간 욕을 먹을 분위기다.
이번 사건의 영향으로, 우리 사회의 여러 현안과 쟁점은 당분간 우선 순위에서 밀려날 듯하다. 4대강 사업, 민주주의, 인권, 정의, 비정규직 문제, 교육 개혁 등이 그것이다. 연평도 사건은 마치 블랙홀처럼 이 모든 이슈를 삼켜버릴 태세다.
올해 국내 출판계는 사회적 문제들에 대응하는 책이 유독 많았다. <나는 반대한다> <생명의 강을 위하여> <강은 살아있다> 등은 4대강 사업을 환경파괴라고 비판했다. 현 정부 들어 민주주의의 후퇴를 우려하는 목소리는 <다시, 민주주의를 말한다> 등 여러 권의 책으로 독자를 만났다. 특히 올해 최고의 베스트셀러로 60만여부가 팔린 <정의란 무엇인가> 는 경제지상주의에 젖어 우리가 잊고 있던 근본적인 가치를 돌아보게 했다. 이 책보다 먼저 나온 <삼성을 생각한다> 도 경제와 사법 정의를 물으며 돌풍을 일으켰다. 책들은 극히 민감한 이슈인 천안함 사건도 지나치지 않았다. <천안함을 묻는다> <과학의 양심 천안함을 추적하다> 등은 국방부가 발표한 공식 보고서에 이의를 제기했다. 과학의> 천안함을> 삼성을> 정의란> 다시,> 강은> 생명의> 나는>
이 책들은 ‘깨어 있으라’고 말한다. 그 내용에 동의하고 말고를 떠나, 이처럼 비판적인 책들이 잇따라 나왔다는 사실이 반갑고 귀하게 느껴진다. 우리 사회가 그만큼 성장한 증표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번 연평도 사건으로 출판의 이런 기개와 우리 사회의 포용력이 자칫 위축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적대감이 팽배한 상황에서 이성이 설 자리는 좁기 때문이다.
오미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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