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레이코프 지음ㆍ나익주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발행ㆍ352쪽ㆍ1만5,000원
“‘자유’라는 낱말을 소유한다는 것은 이 낱말에 동반되는 개념을 소유한다는 것을 의미하며, 또한 이 개념이 정의하는 문화를 지배하는 것을 뜻한다.”(25쪽)
조지 레이코프(69) 미 캘리포니아대 교수는 언어 배후에 깔린 정치적 의도를 읽어내 진보와 보수의 담론 투쟁의 본질을 규명하는 데 뛰어난 솜씨를 보여준 언어학자다. 2006년에 나온 에서 레이코프는 ‘자유’라는 용어를 독차지하려는 진보와 보수의 팽팽한 논리 대결을 흥미롭게 펼쳐보인다.
자유는 보수와 진보가 공히 존중하는 가치이지만 자유를 해석하는 양쪽의 시각은 완전히 다르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한쪽에서 자유의 신장이라고 칭송하는 현상을 다른쪽에서 자유에 대한 억압이라고 비난하는 경우도 흔하다.
저자에 따르면 자유에 대한 양자의 해석이 상반되는 것은 자신들이 존중하는 가치가 다르기 때문이다. 진보는 타자에 대한 감정이입, 책임, 도덕적 역량을 중시하고 보수는 권위, 순종, 규율을 기본 가치로 삼는다. 저자는 이런 전제 아래 재산, 책임, 경쟁, 질서, 평등 등 자유의 연관 개념들에 대한 양쪽의 논리싸움을 세밀하게 들여다본다.
가령 ‘자유에는 책임이 따라야 한다’는 명제는 양쪽이 모두 동의하는 명제다. 하지만 그 해석은 제각각이다. 진보는 사회구성원들이 타인의 자유를 책임질 때 자유가 극대화된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대중에 대한 책임 없이 사적 이익만 추구하는 기업은 자유를 억압하는 주범이다. 보수에게 자유에 대한 책임이란 개인적 책임에 국한된다. 개인들은 자신의 의식주와 건강 관리를 감당할 만큼 돈을 벌고 가정을 보호할 책임이 있으며 그래야 자유를 누릴 자격이 있다고 설명한다. “사람들에게 자신이 벌지 않은 돈을 주는 것은 잘못”이라며 보수가 줄기차게 사회보장제도를 비판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스스로를 ‘역동적인 진보주의적 자유의 주창자’라고 소개하는 저자는 보혁이 전개하는 이 같은 ‘자유 대 자유의 논쟁’을 분석한 끝에 “미국의 현실이 두렵다”고 토로한다. 자신의 이념을 전파하는 데 진보보다 능숙한 보수들이 보수적 자유관을 일반인들에게 확산시키는 데 성공을 거두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보수적 자유관의 확산은 소수인종과 여성의 자유를 향상시키고, 자유라는 명분으로 공익을 위해 정부예산 지출을 확대하고, 환경운동으로 환경적 자유를 진전시켰던 진보의 쇠퇴를 의미한다고 저자는 우려한다.
자유민주주의라는 탈을 쓴 반공주의의 굴레에서 벗어나는가 했더니 곧 ‘당신들의 빈곤은 당신들의 책임이다. 국가는 모르는 일이다’라는 신자유주의 철학의 지배를 받게 된 한국사회에도 음미할 만한 대목이 적지않은 책이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