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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남회귀선' 건축을 키워드로 탐색한 남미의 '아열대 모더니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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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남회귀선' 건축을 키워드로 탐색한 남미의 '아열대 모더니즘'

입력
2010.11.26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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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길룡 지음

한길사 발행ㆍ632쪽ㆍ2만2,000원

“세계의 문화는 종(種)의 교배로 진화한다”고 믿는 이에게, “세계 어느 지역보다 문화의 교접이 격렬하게 벌어진” 라틴아메리카만큼 매력적인 곳은 아마 없을 것이다. 잉카, 마야 등 여러 갈래의 고대문명이 융성했다가 졸지에 식민지로 전락해 ‘라틴’으로 통칭되고, 억척스럽게 독립을 얻은 뒤에도 다시 혁명과 독재에 부대끼며 나름의 대안적 근대성을 그려가고 있는 곳. 다양한 피와 함께 문화가 뒤섞이는 과정에서 남미문화는 넓이와 깊이를 더하며 다층적으로 진화해왔다.

헨리 밀러의 소설에서 제목을 빌린 은 건축가인 저자가 지구 반대편의 남회귀선을 허리에 두른 대륙을 누비며 건축을 키워드 삼아 탐색한 남미 역사와 문화의 기록이다. 아직도 미스터리가 풀리지 않은 페루의 나스카 선화(線畵) 이야기로 운을 뗀 그는 시간의 축을 따라 이동하며 ‘아열대 모더니즘’이라는 남미 특유의 근대성을 탐색하는 데까지 나아간다.

저자는 세상을 다른 눈으로 보게 하는 여행의 가치를 전하며 “겅중겅중 뛰어다니면 좁은 세상이지만 천천히 걸으면 충분히 넓다”고 말한다. 그렇게 천천히 걸으며 세상을 넓혀온 끝에 이른 깨달음 같은 결론. “문화는 뒤척이며, 서로 다른 문화와 섞이며, 끊임없는 유전적 변이를 통해 진화한다. 역사에서도 잡종이 강세인 것은 엄연한 법칙이다. 다만 문화 교차의 진화에는 필요충분조건이 있는데, 바로 모태의 건강이다.” 천천히 음미하며 읽어야 제 맛이 나는 책이다.

대부분 저자가 직접 찍은 300여장의 사진과 남미에 산재한 세계문화유산 및 주요 건축물을 색인으로 정리해 붙였다. 남미 여행을 계획한다면 꾸릴 짐 목록에 넣어두길.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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