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장례를 연기하겠어요.”
26일 인천 남동구 길병원에 마련된 북한의 연평도 포격 민간인 희생자 2명의 빈소엔 비통함이 흘렀다. 고(故) 배복철(59), 김치백(60)씨의 빈소엔 이날 오전만 반짝 조문객의 발길이 이어졌을 뿐 전사한 장병들의 빈소와 같은 뜨거운 추모열기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오전 한때 정치인들이 빈소를 찾았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 김무성 한나라당 원내대표,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 이회창 자유선진당 대표, 맹형규 행정안전부 장관, 원희룡 한나라당 사무총장, 정두언 한나라당 최고위원 등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에 청와대를 출발, 전사 장병이 안치된 성남 국군통합병원에 들렀으나 민간인 희생자 합동분향소 조문 일정은 돌연 취소했다.
오후께 조문객의 발길이 드물어진 빈소에는 유족 20여명만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유족들은 인천시와 옹진군 등에 일제히 항의하며 기자회견을 열고 “군과 민간인이 똑같이 소중한 목숨인데, 어떻게 민간인 장례만 이렇게 아무 준비 없이 치르냐”고 울분을 토했다.
김치백씨의 사촌 김치중(45)씨는 “장례 관련 요구사항을 얘기해도 행안부와 인천시가 서로 책임만 떠넘기고 보는 사람마다 적극 검토해 보겠다고 만하고 소식이 없다”고 항변했다. “대통령도 온다고 했다가 아무 설명 없이 안 오고. 민간인은 쳐다보지도 않겠다는 것이냐”고 울부짖는 그의 눈에 눈물이 차 올랐다.
이날 유족들은 의사상자 인정, 현충원 안장, 인천광역시장(葬) 형식의 장례 등의 요구를 들어줄 때까지 장례절차를 무기한 연기하기로 했다.
한편 김치백씨의 유족은 홀로 고향(전남 영광군)에 있는 김씨의 모친 박모(83)씨가 충격을 받을까 애를 태웠다. 고인의 넷째 동생 승월(51)씨는 “지극히 효자인 큰아들이 그렇게 억울하게 죽었다는 말을 듣고 어머니가 쓰러질까 봐 쉬쉬해왔다”고 애석해했다. 막내 동생(김은순ㆍ39)은 이날 비보(悲報)를 전하러 노모를 찾았다. 승월씨는 “어머니가 막내딸 친정 온다고 장을 봐다 진수성찬을 차려 놔 차마 말을 꺼내지 못했다고 하더라”고 통곡했다.
김혜영기자 shi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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