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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거의 모든 것의 미래' 예측과학, 불확실한 미래에 답할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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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거의 모든 것의 미래' 예측과학, 불확실한 미래에 답할 수 있나

입력
2010.11.26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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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오렐 지음ㆍ이한음 옮김

리더스북 발행ㆍ540쪽ㆍ2만5,000원

미래는 만인의 관심사다. 내일의 날씨부터 개인의 운명과 지구의 미래까지, 다들 궁금해한다. 알 수 없는 미래는 두려움과 호기심을 동시에 자극한다. 점쟁이의 말만 믿기에는 불안한 우리는 과학에 미래를 묻는다. 과학이 미래를 정확히 예측할 수 있다면, 우리는 좀더 안전해지지 않을까.

캐나다 수학자 데이비드 오렐이 쓴 는 이 오래된 질문을 다룬다. 구체적으로는 오늘날 예측과학에서 가장 인기있고 영향력이 큰 세 분야인 날씨, 건강, 경제 예측의 뿌리와 현재를 점검하고, 그 가치와 한계를 파헤쳐 예측과학과 미래의 본질을 묻는다. 2007년 출간된 원서 제목은 ‘아폴론의 화살-예측과학과 모든 것의 미래’(Apollo’s Arrow-The Science of prediction and the Future of Everything)다. 아폴론은 예언의 신이기도 하다.

저자의 관심은 예측과학이 왜 자주 틀리느냐는 것이다. 일기예보가 대표적이다. 막대한 돈을 들이고 슈퍼컴퓨터를 동원해 정교하고 복잡한 계산을 하는데도, 맞을 때보다 안 맞을 때가 많다. 주류이론들은 그 원인이 대기의 카오스적인 불안정성 탓이라고 설명하지만, 저자는 예측모형 자체의 오류 때문이라고 말한다. 근본적으로 예측 불가능한, 다시 말해 수학방정식으로 완전히 환원할 수 없는 현상을 모형화하는 데서 오는 오류라는 것이다. 저자는 이를 입증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책은 3부로 되어 있다. 1부는 예측과학이 걸어온 길, 즉 과거를 돌아본다. 델포이의 아폴론 신전에서 신탁을 구하던 고대 그리스부터 정교한 수학모형으로 경제나 질병도 예측하는 오늘에 이르기까지, 인류가 걸어온 예측의 역사를 살핀다. 수를 이용해 점을 쳤던 수학자 피타고라스부터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를 거쳐 코페르니쿠스, 튀코 브라헤, 케플러, 갈릴레이 등 천문학자들의 우주모형, 세계를 3차원 좌표로 정리한 데카르트,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해 결정론적이고 예측가능한 우주의 문을 연 뉴턴 등이 차례로 등장한다. 우주는 질서정연해 보였다. “우주라는 책은 수학이라는 언어로 씌어져 있다”는 갈릴레이의 말은 과학이 미래를 내다볼 수 있다는 낙관을 대표한다. 19세기 들어 산뜻한 방정식으로 풀리지 않는, 혼돈이라는 복병을 발견하기 전까지는. 20세기 들어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은 결정론적 과학의 호흡기를 떼어버렸다. 최근의 복잡계 이론은 원인과 결과의 1대 1 대응이라는 공식을 무너뜨렸다.

2부는 현대 예측과학의 3가지 인기 상품, 날씨, 건강, 경제 예측의 여러 기법과 한계를 다룬다. 1부도 그렇지만 2부 또한 미래를 알고 싶어하는, 다시 말해 예측하려는 욕망이 걸어온 성공과 실패의 이야기다. 천체의 운동을 물리 법칙에 따른 수학 공식으로 설명하는 방식을 인간과 사회에 적용해 미래의 지도를 얻으려는 과학의 노력과, 예측모형과 실제가 어떻게 왜 어긋나는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효용을 발휘했는지 살피는 내용이 흥미진진하다.

예측과학이 우리가 기대한 것만큼 정확하지 않다면, 불확실한 미래 앞에서 이제 어디로 가야 하는가. 이 질문이 3부의 주제다. “우리는 모른다”는 고백이 3부의 핵심 메시지다. 그렇다고 비관하라는 말은 아니다. 저자는 예측불가능은 나쁜 일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것이야말로 살아있는 생명의 본질이자 창의성의 원천이라고, 정확히 예측할 수 있는 미래란 너무 빤한 할리우드 영화처럼 재미없지 않느냐고 반문한다. 예측모형을 버리라는 말도 아니다. 비록 정확성이 없더라도, 모형은 현재를 이해하고 미래의 시나리오를 그려 대비하도록 하는 데 유용하다는 것이다. “아폴론의 화살은 미래로 날아가거나 전염병으로부터 우리를 지켜줄 수 없지만, 위험을 가리키고 예측불가능한 세계에서 우리가 항해하도록 도와주는 나침반 역할은 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예측모형의 오류를 인정하고 겸손해지자고 강조한다. 자연은 완벽하게 통제하고 정확히 예측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며, 인간의 생명과 경제 활동 또한 기계적 법칙의 노예가 아님을 강조한다. 따라서 돌에 새겨진 운명 같은 건 없다고 말한다.

저자는 과학, 역사, 경제학, 철학을 종횡무진 누빈다. 지적 포만감을 만끽할 수 있는 책이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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