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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네그리의 제국 강의' 제국 다중 비물질 노동…마르크스주의자의 눈으로 변화한 세상을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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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네그리의 제국 강의' 제국 다중 비물질 노동…마르크스주의자의 눈으로 변화한 세상을 보다

입력
2010.11.26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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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토니오 네그리 지음ㆍ서창현 옮김

갈무리 발행ㆍ408쪽ㆍ1만9,000원

수년 전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시위 당시 서울시청 앞 광장에 모여든 사람들의 집단행동은 새로운 사회현상이었다. 노조, 대학운동권 등 전통적인 사회운동세력과는 다른 촛불소녀, 중고교생 등이 집회의 주체로 등장했다. 당시 일부 학자들은 촛불시위를 이탈리아의 마르크스주의 정치철학자 안토니오 네그리(77)가 말한 '다중(多衆)'이라는 개념으로 풀이했다.

안토니오 네그리는 1960년대 후반 이탈리아 파도바대학 사회정치과학연구소를 중심으로 운동의 자율성을 강조한 '아우토노미아' 사상을 발전시킨 자율주의적 마르크스주의의 대표 학자다. 1960년대 좌파 운동에 몰두했고, 1979년 알도 모로 이탈리아 총리 납치살해사건의 범인으로 조작돼 투옥됐으며, 프랑스에서 망명 생활을 했다. 망명 시절 파리의 대학에서 정치학을 가르치면서 제자인 미국인 마이클 하트와 함께 쓴 <제국>(2000), <다중>(2004) 등의 저서에서 그는 현대 세계의 정치와 경제를 새로운 관점에서 분석해 주목을 받았다.

<네그리의 제국 강의>는 네그리가 25년에 걸친 수감과 망명생활을 끝내고 자유의 몸이 된 후 2003년 5월부터 2004년 말까지 세계 곳곳을 돌며 한 강연을 모은 책이다. 9ㆍ11 이후의 세계질서, 유럽의 가능성과 문제점, 신자유주의의 위기 속에서 나타나는 다중의 활력 등에 대한 그의 생각을 볼 수 있다.

강연록인지라 국내에도 번역 소개된 <제국>과 <다중>에서 나타나는 '제국' '다중' '비물질노동' '삶정치' 등 그의 독창적인 개념에 대한 설명이 상세하고 심화되어 있다. 그는 '제국'을 '전지구적 시장에 대한 (새로운) 주권'으로 정의한다. 2003년 10월 독일 프랑크푸르트대학에서 한 강연에서 그는 제국을 "경제적 지구화의 주권적 질서화 과정에서 택하는 하나의 시도라는 관점에서 볼 수 있다. 자본주의는 아직도 전지구적 수준에서 일관된 주권적 역량을 형성하고 있지 못하다. 이것은 단지 그것의 경향성일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다중이 제국과 맺는 관계는 어떠한 사건에서건 하나의 혁명적 관계다"라고 말했다.

'다중'에 대해 그는 2004년 10월 독일 베를린에서 한 강연에서 "착취받는 노동력이나, 노동계급보다 더 광범위하다. 왜냐하면 오늘날 사회 전체가 자본에 지배당하는 한, 그리고 착취당하는 한, 다중은 이러한 착취의 사회적 차원에 상응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중은 대중이나 민중과도 다르다고 했다. "다중이 대중이 아닌 까닭은 다중이 특이성들의 네트워크이기 때문이다. 민중을 오직 국가만이 재조직할 수 있는 카오스적인 총체로 이해하는 한 다중은 민중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네그리의 사상은 1990년대 초 동유럽 공산권 붕괴 이후 몰락해버린 마르크스주의의 관점에서, 변화해버린 세상을 볼 때 나타날 수 있는 견해의 하나로 보면 될 것 같다. 관념적인 용어가 많고 설명이 추상적이어서 눈에 거슬릴 수 있다.

남경욱기자 kw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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