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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카산드라의 거울' 예지 능력을 지닌 소녀, 테러세력과 맞서 싸우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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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카산드라의 거울' 예지 능력을 지닌 소녀, 테러세력과 맞서 싸우는데…

입력
2010.11.26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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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ㆍ임호경 옮김

열린책들 발행ㆍ전 2권ㆍ각 권 1만1,800원

‘한국이 사랑하는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49ㆍ사진)가 지난해 발표한 장편소설이다. 예지(豫知) 능력을 지닌 열일곱 살 소녀 카산드라를 주인공으로 한 이 소설은 미래와 외계를 무대로 삼았던 작가의 전작 에 비해 한결 현실적인 시공간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특히 파리의 노숙자들을 주요 등장인물로 삼고 이들의 행태를 사실적으로 묘사한 부분에서는 현장 취재에 들인 공이 여실히 느껴진다. ‘5초 뒤 사망 확률’을 알려주는 카산드라의 손목시계 등 종횡무진으로 펼쳐지는 상상력도 독자를 실망시키지 않는다.

소설의 주요 무대는 파리 외곽의 쓰레기 하치장. 자폐증이 있는 외톨이로 고아 기숙학교에 다니던 카산드라는 훈계를 빌미로 자신을 겁탈하려 드는 교장의 귀를 물어뜯고는 학교를 탈출, 4명의 노숙자가 터주 노릇을 하고 있는 이곳으로 흘러든다. 왕년의 외인부대원 오를랑도, 전직 에로영화 배우 에스메랄다, 세네갈 출신의 흑인 주술사 페트나, 탈북자 출신의 컴퓨터 천재 김예빈. 이들은 출신도 성격도 천양지차지만 물신주의 사회에 대한 적대감을 공유하며 사람들이 감히 접근하려 들지 않는 쓰레기장을 자신들만의 해방구로 삼는다. 꿈을 통해 무고한 시민을 겨냥한 폭탄 테러를 예지하고 이를 막기 위한 행동을 촉구하는 카산드라와 함께 이들은 테러를 막는 전사이자 이상적 미래를 꿈꾸는 몽상가로 변모해간다.

소설은 테러 세력과 맞서는 카산드라 일행의 활극을 중심 서사로 삼고, 꿈과 현실을 오가며 자신의 불행한 가족사를 추적해가는 카산드라의 고투, 그녀와 김예빈 사이에 싹트는 사랑 등의 가지를 치면서 추리, 액션, 로맨스가 공존하는 흥미로운 이야기의 향연을 펼친다. 베르베르는 3인칭 시점의 서술과 카산드라의 독백이라는 이중의 서술 형식을 번갈아가면서 방대한 규모의 이야기를 솜씨좋게 펼쳐나간다. 특히 카산드라의 독백 부분에서는 물질문명과 폭력으로 물들어가는 현대사회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아 여운을 남긴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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