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집회에 참가한 시민단체에 대해 정부가 일방적으로 보조금 지급을 중단한 것은 부당하다는 대법원의 확정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박시환 대법관)는 한국여성노동자회가 “촛불집회 참가를 이유로 보조금 지급을 중지한 결정을 취소해 달라”며 행정안전부 장관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6일 밝혔다. 이로써 여성노동자회는 그 동안 받지 못한 보조금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여성노동자회는 ‘새로 쓰는 여성노동자 인권 이야기’ 사업과 관련해 2008년 5월~2010년 12월까지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받기로 했지만, 촛불집회에 참가했다는 이유로 행안부가 지급 대상에서 제외하자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촛불집회가 불법 폭력 시위로 변질된 것을 알면서도 적극적으로 집회에 참여한 이들에게 세금으로 이뤄진 보조금을 지원하는 것은 국민의 법 감정에 배치되고 비영리민간단체지원법 취지에도 반한다”며 원고패소 판결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인 서울고법 행정5부(부장 조용구)는 “서울중앙지검이 발간한 백서에 따르면 ‘불법ㆍ폭력시위의 주동ㆍ배후조종’ 수사상황 등에 여성노동자회는 포함돼 있지 않는 등 처분 사유의 실체적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며 여성노동자회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사건기록과 하급심 판결을 살펴본 뒤 2심 결정이 옳다며 따로 행안부의 상고를 기각했다.
앞서 법원은 촛불집회 불참 확인서 제출을 거부한 한국여성의전화가 여성가족부 장관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1ㆍ2심 모두 “단체의 성격을 문제 삼아 확인서 제출을 지급 조건으로 삼은 것은 위법하다”며 원고승소 판결한 바 있다. 올해 4월에는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부장 오석준)도 경기여성연대가 “여성단체 공동협력사업자 선정을 취소한 행위는 부당하다”며 여성가족부 장관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했지만, 여성가족부가 이에 불복했고 다음달 15일 항소심 선고가 예정돼 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의 박주민 변호사는 “사회 구성원의 다양한 목소리를 듣고자 정부가 시민단체의 활동을 지원하는 것인데, 이명박 정부는 촛불집회에 참여했다는 이유 등으로 단체에 대한 보조금을 끊었다”며 “법원이 잇따라 시민단체의 손을 들어준 것은 이런 기본 역할을 방기한 정부에 대해 제동을 건 것”이라고 평가했다.
강아름기자 s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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