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5개월간 전국의 초등학교 34곳을 돌며 금품을 훔친 30대가 경찰에 붙잡혔다. 대낮 초등학교에서 여아를 납치, 성폭행한 ‘김수철 사건’ 이후 외부인 출입 통제를 강화하겠다던 교육당국의 장담이 허언(虛言)에 그친 셈이다.
서울 성북경찰서는 초등학교 교실에서 현금과 가방 지갑 등 3,000만원 상당의 금품을 훔친 혐의로 김모(30ㆍ무직)씨를 구속했다고 26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올해 6월 초부터 최근까지 34곳의 초등학교를 드나들며 여교사 44명의 금품을 훔쳤다.
범행은 주로 교실이 텅 비는 점심시간이나 체육시간 등에 이뤄졌다. 김씨는 교사의 다이어리에 적힌 신용카드 비밀번호를 찾아내 한꺼번에 1,300만원을 인출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초등학교의 경우 교사들이 교실에 소지품을 보관하는데다 문단속을 잘하지 않는 점을 노린 것 같다”며 “간혹 학교 관계자와 마주쳤지만 학부모인 것처럼 속여 의심을 피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2008년에도 서울 경기 일대의 초등학교에서 금품을 훔치다 붙잡혀 2년간 징역을 살고 올 6월 출소한 뒤 또다시 같은 범행을 저지르다 학교 인근에 설치된 폐쇄회로TV에 덜미가 잡혔다. 김씨는 “위암 말기인 아버지 치료비를 마련하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그러나 경찰은 김씨가 훔친 돈으로 골프를 치거나 유흥비로 쓰고 친구가 운영하는 인터넷쇼핑몰에도 투자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피해를 입은 교사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여죄를 캐고 있다.
이성기기자 hangi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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