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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후 100조원 시장을 잡아라] <5.끝> 천연물 신약 개발에 미래를 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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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후 100조원 시장을 잡아라] <5.끝> 천연물 신약 개발에 미래를 건다

입력
2010.11.25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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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의보감·한의학… 우리에겐 '천연 신약' 원천기술 있다

#1 1990년대 신약개발에 나섰던 동아제약은 약이 될만한 천연 물질 찾기에 공을 들였다. 94년 마침 쑥 추출물로 위염 치료약을 개발하려던 서울대 천연물과학연구소의 제안으로 동아제약은 이 물질의 효능 등을 검토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당시 대부분의 위염, 위궤양 약이 80% 이상의 효과를 내지 못했는데, 쑥 추출물은 95% 이상의 효능을 발휘했다. 정밀 검사결과 조직재생효과도 뛰어났다. 이 물질은 2002년 '스티렌'이라는 천연물 신약으로 판매돼 대성공을 거뒀다. 지난해에는 850억원어치가 팔려 전체 의약품 중 매출 4위를 기록했다.

#2 SK케미칼의 천연물 신약 '조인스'도 성공 케이스로 꼽힌다. 95년 새로운 개념의 관절염 치료제 개발을 시작한 SK케미칼(당시 SK제약)은 전통적 방법으로 관절염의 원인을 분석했다. 이에 따라 오래 전부터 관절염 치료제로 사용된 600여종의 생약을 실험했고, 이중 3종의 생약을 엄선해 2001년 조인스라는 이름의 약을 만들었다. 이 약은 당시 널리 쓰이던 외국 제약사 약품과의 비교 시험에서도 위장계통의 부작용이 없는 우수한 약품으로 인정받았다. 조인스 역시 지난해 25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천연물 신약 개발이 한국 제약산업의 미래를 열어갈 유망 분야로 주목 받고 있다. 천연물 신약은 동ㆍ식물 등 천연물에서 추출한 물질을 정제해 만든 것으로, 제약업계는 우리가 보유한 전통의약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한다면 미국, 유럽 등 선진국들이 따라올 수 없는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물론 외국계 제약사가 만드는 합성 의약품을 단숨에 따돌릴 수는 없겠지만, 그 동안 양약으로 완치가 불가능했던 만성 질환, 복합 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대안으로 천연물 신약이 각광을 받게 되면 틈새 시장이 열릴 것으로 보고 있다.

천연물 신약은 연구 방법부터 기존 의약품과 차이가 있다. 합성 의약품의 경우 질병의 원인을 밝히고 그 원인을 제거할 수 있는 의약 성분만을 추출해 약을 만드는 반면, 천연물 신약은 한의학 등에서 오랜 기간 처방돼 온 천연물의 효과를 검증하면서 약효를 입증해 신약으로 개발하고 있다. 덕분에 질병의 원인을 정확하게 밝힐 수 없는 질환의 경우 효능만 입증이 되면 의약품으로써 개발이 가능하다. 세계적으로 20억달러 규모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은행잎 추출물'이나 지난해 항바이러스제로 크게 주목 받았던 타미플루 등이 대표적 천연물 신약이다.

전문가들은 한의학을 통해 오랜 시간 쌓아 올린 관련 정보가 한국형 신약 개발 경쟁력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선진국들이 한참 앞서가고 있는 합성 의약품, 바이오 의약품과는 다르게 천연물 신약은 아직 초기 시장형성 단계이고, 수 백 년간 축적된 천연물 정보를 가진 우리나라가 이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쉽다고 보기 때문이다. 전종욱 한국한의학연구원 박사는 "위염, 위궤양처럼 양약으로 근본적 치료에 한계가 있는 질환에 천연물 신약이 경쟁력을 발휘한다"며 "동의보감처럼 오랫동안 축적된 정보가 많고, 연구자의 저변이 넓은 우리나라는 이 분야에서 가장 앞설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정부도 천연물 신약 개발 육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식경제 R&D 전략기획단은 지난달 '미래산업 선도기술 개발사업' 중 하나로 천연물 신약을 선정하고 2020년까지 10조원 매출을 달성한다는 비전을 세웠다. 식품의약품안전청도 최근 천연물 신약 임상 활성화 대책을 발표하고, 국내 개발 천연물 신약이 국제적 기준을 충족시킬 수 있도록 '품질 동등성 가이드라인'을 제정했다. 강신정 식약청 생약제제과장은 "이미 허가된 약품뿐만 아니라 최근 신약개발을 진행 중인 천연물 신약의 임상시험도 크게 늘어 현재 48건이 진행 중"이라며 "식약청도 천연물 신약이 제약 산업의 발전을 이끌 수 있도록 여러 지원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 제약사들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과거 미국 등 서양 국가들은 천연물 신약의 효과에 대해 의구심을 가졌던 것이 사실이지만, 최근 합성 의약품과는 차별화된 치료 효능을 인정하면서 투자에 나서고 있다. 다국적 제약사 화이자는 천연물 신약 분야를 전문으로 연구하는 대학과 협약을 맺고 5,000만 달러를 투자해 4만종의 식물을 연구하고 있다. 릴리도 천연물 신약 전문 벤처기업과 투자 협약을 맺고 신약 후보 하나당 2,500만 달러의 연구 지원을 하고 있다. GSK는 아예 7억2,000만 달러를 들여 천연물 신약 벤처기업을 인수해 당뇨치료제와 항암제의 천연물 신약을 개발하고 있다.

김순회 동아제약 연구본부장은 "천연물 신약은 한국적 경쟁력을 갖고 있고 외국인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는 분야"라며 "그 동안 양약으로 완치할 수 없었던 질환들을 대상으로 잘 설정한다면 한국 제약산업의 새로운 영역이 열릴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강희경기자 kstar@hk.co.kr

■ 손미원 동아제약 연구위원 인터뷰

"기존 의약품 시장에는 없는 차별화된 시장을 창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손미원 동아제약 연구소 연구위원(이사)은 23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나라 제약사가 신약을 개발해 이미 선진국과 다국적 제약사가 선점한 제약 시장에서 5, 6위쯤 한다고 해도 결코 성공이라고 볼 수 없다"며 이 같이 말했다. 그는 국내 블록버스터급 천연물 신약으로 꼽히는 스티렌의 개발에 참여했고, 지금은 동아제약 연구소의 천연물 신약 개발 총책임자를 맡고 있다.

그는 기존 서양 의약품이 가장 잘 치료할 수 있는 분야와 천연물 신약이 효능을 발휘하는 질병은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다. 예를 들어 내년 출시를 앞두고 있는 동아제약의 새로운 천연물 신약 'DA-9701'의 경우 아직 정확한 병의 원인조차 찾을 수 없는 기능성 소화질환을 치료하는 약품이다. 기능성 소화질환은 식사 후 뚜렷한 이유 없이 더부룩하고 소화가 잘 되지 않는 느낌이 드는 병을 말한다. 그 동안 수많은 제약사들이 이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신약을 개발했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한 반면 천연물 신약인 DA-9701이 뛰어난 효능을 보이는 것으로 확인됐다. 손 이사는 "2004년부터 수 백개의 한방 처방을 받아 분석한 후 효과가 나타나는 성분을 분석해 신약으로 개발했다"고 말했다.

손 이사는 "정부가 천연물 신약 분야를 미래 산업 선도 기술로 선정하고 관련 기업들의 공동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것은 매우 좋은 기회"라며 "제약분야 기업들이 서로 노하우를 공유하면 함께 천연물 신약분야 성장을 주도할 수 있고, 선진국의 진입장벽을 넘는데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희경기자 kstar@hk.co.kr

■ 풀어야 할 과제

천연물 신약은 아직 글로벌 시장이 형성되지 않은, 잠재력이 큰 분야로 꼽히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우선 기술을 표준화하는 문제가 가장 먼저 넘어야 할 장벽이다. 자연재배 천연물의 경우 같은 작물이라도 유효 성분이 많게는 1만배까지 차이가 나기 때문에 제품화에 어려움이 크다. 세계 시장의 벽을 아직 넘지 못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의 의약품 원료 규정이 매우 까다롭고, 기존 합성 의약품과는 달리 천연물 의약품에 맞는 기준이 아직 없는 것도 현실이다. 원료 생약과 제조 방법 등에서 동등성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

천연물 신약에 맞는 세계적 규격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점도 넘어야 할 산이다. 예를 들어, 임상시험에서도 천연물 신약은 기존 합성 의약품과는 다른 기준이 적용돼야 하는데 아직 뚜렷한 규약이 없다. 이 때문에 동아제약의 스티렌, SK케미칼의 조인스도 국내 시장에서는 눈에 띄는 성공을 거뒀지만 아직 외국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다.

천연물 신약이 우리나라가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는 분야이긴 하지만 외국의 경쟁을 따돌리는 것도 과제다. 이미 중국은 매년 막대한 양의 투자를 진행하며 천연물 신약 분야의 선두주자로 나서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이미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 의약품도 있고 승인 대기 중인 천연물 신약도 13개 품목이나 된다. 독일도 은행잎 추출물로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이 분야에서 기술을 뽐내고 있다. 전체적인 인프라도 가장 선진화 돼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성상현 서울대 약대 교수는 "각 국가들이 천연물 신약 분야에 앞다퉈 나서고 있지만 아직 절대 강자는 없는 만큼 기회는 많다"며 "천연물 신약에서 놀라운 성과를 거둔 의약품을 가진 나라로서 정부의 연구ㆍ개발 지원은 국내 제약 산업 발전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희경기자 ksta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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