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마라톤의 한 해 농사를 갈무리 하고 미래를 가늠하는 부산~서울 대역전 경주대회(이하경부 역전 마라톤)가 28일부터 다음달 5일까지 1주일간 국도 520.8km(1,400리)를 종단하는 대장정에 나선다.
역전(驛傳)마라톤은 국토의 대동맥 역할을 하는 철길을 따라 달리는 대회를 가리키는데 국내에서는 경부 역전마라톤이 유일하다. 특히 이웃 일본에서는 역전마라톤대회가 열릴 때마다 100여개 팀에서 2,000~3,000명의 선수가 참가할 정도로 육상 최대축제로 자리잡고 있다.
올해로 56회째를 맞은 경부역전마라톤 대회는 1955년 한국전쟁의 폐허 속에 통일의 염원과 손기정, 서윤복, 함기용의 마라톤 족패천하(足覇天下)의 전통을 잇기 위해 창설됐다. 바르셀로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몬주익의 영웅' 황영조와 '국민 마라토너' 이봉주를 비롯한 대한민국의 내로라하는 육상인들은 모두 이 대회를 통해 뼈와 살을 다졌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번 대회는 28일 오전 10시 부산시청 앞에서 출발, 밀양-대구-김천-대전-천안-서울을 거쳐 파주 임진각에 이르는 7개 대구간에서 릴레이로 진행된다. 서울 경기 대구 충북 경남 경북 전남 강원 등 8개 팀 출전선수는 총 155명, 이 가운데 여자선수는 33명이다.
24년 만에 1만m 한국 기록을 경신한 전은회(22ㆍ대구도시공사)와 5,000m 챔피언 백승호(20ㆍ건국대)의 라이벌 대결이 가장 주목된다. 전은회는 지난달 일본 체육대학 장거리육상대회에서 28분23초62로 골인, 86년 서울 아시안게임에서 김종윤이 세운 한국기록을 무려 6초92나 앞당겼다. 전은회는 특히 내년 대구 세계육상선수권을 앞두고 마라톤으로 전향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이번 대회에서 그 가능성을 타진하겠다는 각오다.
출전선수 전원의 고른 기량을 바탕으로 대회 5연패를 노리는 충북과 서울, 경기가 선두를 다투는 가운데 전은회, 조수현(21ㆍ한국전력), 유대영(21ㆍ계명대)을 앞세운 대구가 복병으로 꼽힌다. 충북 신현수(19ㆍ한국전력)와 경북 정운산(32ㆍ구미시청)이 다크호스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중국 조선족 출신으로 귀화 마라토너인 정운산은 지난 10월 전국체전 마라톤에서 2위에 올라 단숨에 주목을 받았다. 여자선수 중에는 유재성 대구은행 감독의 지도를 받고 있는 정윤희(27)와 최보라(19)가 신발끈을 조이고 있다.
또 전국체전에서 3,000m 장애물 경주 한국기록을 7초11 앞당긴 신사흰(18ㆍ상지여고)도 출사표를 던져 이은정이 은퇴한 여자마라톤에 신선한 기운을 불어넣고 있다. 신사흰은 전국체전 여고부 10㎞레이스에서도 금메달을 따내 대회 2관왕에 올랐다.
김정식 대한육상경기연맹 경기과장은 "한국마라톤이 그 동안 10년 터울로 수퍼 스타를 배출해왔는데 올해가 꼭 10년 주기를 맞았다"며 "내년 대구 세계선수권을 앞두고 마라톤 실력을 중간 점검하는 좋은 무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형철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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