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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군대 안간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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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군대 안간 대통령'

입력
2010.11.25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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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서해 연평도를 무차별 포격한 23일 오후, 휴가를 마치고 귀대하는 육군 상병 아들을 차에 태우고 경기 양주로 가고 있었다. 사단 통신중대에 근무하는 아들을 면회간 적은 있으나 귀대(歸隊) 길에 동행한 것은 처음이다. 신문사 일요일 근무를 보상하는 대체 휴일이어서 한가하기도 했지만, 그 날은 왠지 부대 가까운 동두천에서 아들과 모처럼 사우나를 함께 하고 저녁을 먹고 싶었다. 아들은 귀대하는 후임 병사들과 부대 근처에서 만나기로 했다며 난색을 표했지만 내가 우겼다. 굳이 애들을 만나겠다면, 저녁 식사를 쏠 생각도 했다.

■ 집을 나선 직후, 복귀 신고를 위해 중대에 전화를 건 아들이 "연평도에 비상사태가 발생해 진도개 하나가 발령됐다" 며 "저 혼자 갈께요"라고 말했다. 뉴스를 들어보니 비상은 비상이었다. 30여 년 전 살벌한 남북 대치 시절, 서해 5도를 관할하는 해군 상황실에서 근무한 경험을 돌이켜보아도 연평도가 적의 공격을 받은 것은 충격이었다. 동두천 신시가지에 도착할 때까지 내내 심란했다. 신문사로 갈까 생각도 했지만, 어차피 대체 휴일이니 아직 철 없는 군인 아들을 다독거리는 게 더 애국적이라고 나 혼자 눙쳤다.

■ 여기저기 전화하던 아들은 후임 병사들은 곧장 귀대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저녁 7시 귀대까지 2시간 넘게 남았는데도 서두르는 눈치였다. 우리 때처럼 상급자에게 혼날까 겁내는 게 아니라, 후임 병사들에게 어물쩍거리는 인상을 주지 않으려는 듯했다. 이게 요즘 세대인가 싶었다. 그런 아들을 주저앉혀 평소보다 비싼 저녁을 먹으며"비상 때일수록 애들을 잘 다독거려야 한다"고 일렀다. 육군 상병에게 어울리지 않는 줄 알지만, 달리 해 줄 말이 없었다. 저녁 6시, 어둠이 깔린 부대 외곽 경계에 나선 병사들을 지켜보면서 애태울 부모들을 생각했다.

■ 연평도에서 전사한 해병대원은 휴가를 받아 선착장까지 갔다가 포격이 시작되자 급히 귀대하던 중 희생됐다. 해병 정신을 칭송하지만, 부모형제는 그래서 더 애달플 것이다. 천안함 때에 비하면 희생과 눈물이 적지만, 국민이 느낀 충격과 불안은 훨씬 크다. 외국 언론은 휴전 이후 최대 위기로 규정했다. 이런 때, 긴급 안보장관회의에 참석한 대통령과 장관 등에게서 비장하고 단호하고 믿음직한 모습을 찾아보기 어려웠다.'군대 안간 대통령'을 마냥 탓할 일은 아니다. 그러나 위기 상황의 군 통수권자와 최고 참모들이 어린 병사들보다 느슨한 모습으로 비쳐져서는 안된다.

강병태 논설위원실장 bt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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