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연평도 포격에 대해 한 목소리로 규탄하는 듯하던 여야 정치권이 25일 북한의 도발에 대한 대응에 있어 현격한 시각 차이를 드러냈다. 연평도 포격을 ‘전쟁 범죄’로 규정한 한나라당은 “철저한 응징”을 주장하는 한편 “대북 대화협력 기조는 이어가야 한다”는 야권의 주장에 대해선 “지금은 평화를 말할 때가 아니다”고 일축했다. 민주당 등 야권은 “북한을 규탄한다”고 하면서도 “그러나 무력 대응은 안 되고, 평화의 길로 가야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지금 우리 사회가 분열하고 갈등하는 것은 북한이 바라는 것”이라며 “먼저 사태 수습과 국론 통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리고 나서 서해5도 방어체제 보강 등을 할 것이고, 군의 지휘 책임 문제도 반드시 짚고 넘어가겠다”면서 “북한은 고통스러운 고립과 제재를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연평도가 지역구인 같은 당 박상은 의원은 폭격 현장에 떨어져 있던 북한 방사포 탄피를 국회로 들고 와 공개했다. 그는 “연평도 도발은 햇볕정책이 실패했음을 증명한다”며 “김대중ㆍ노무현 정부가 북한에 퍼준 40억 달러가 로켓포로 날아 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평화론’에 방점을 찍었다. 손학규 대표는 의원총회에서 “북한이 무력이나 핵무기로 남북문제를 해결하려 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고 지적하면서도 “남북 당국간 대화가 조속히 재개돼 북한의 추가 도발을 방지하고 남북 긴장을 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평화가 승리한다는 믿음을 가져야 한다”고도 했다.
자유선진당 이회창 대표는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대국민 사과를 하고, 초전에 상대방을 제압할 수 있도록 교전규칙을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자유선진당 박선영 대변인은 국회 본회의 자유발언에서 “이 대통령은 청와대 지하벙커에서 입는 전투기 조종사 점퍼부터 벗고 연평도를 방문해 국민이 어떻게 죽어갔는지를 작은 눈 크게 뜨고 보라”고 소리를 높였다.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 ‘북한의 무력도발행위 규탄 결의안’ 채택을 둘러싼 의원들의 찬반 토론에서도 여야의 입장 차가 극명하게 드러났다. 한나라당 정옥임 원내 대변인은 “책임론을 놓고 우리가 분열하면 병들어가는 김정일 정권을 기사회생시킬 것”이라며 “‘항구적 평화 체제’ 같은 정치적 수사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해주지 않는다”고 진보 진영을 겨냥했다. 미래희망연대 송영선 의원은 “보복과 응징에 대한 내용이 없는, 폭행사건 합의서 수준의 결의안을 보고 김정일은 우리를 우습게 볼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환기자 bluebird.hk.co.kr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