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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나라라고 있으면 뭐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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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나라라고 있으면 뭐하나?"

입력
2010.11.25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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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에서 연평도 피난민 행렬을 보았을 때 현인 선생의 노래가 떠올랐다. '눈보라가 휘날리는 바람찬 흥남 부두에…' 그때가 언젠가. 1951년 1·4후퇴 때의 노래인데 60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 21세기 대한민국에서 피난민이라니! 북한의 폭격이 있던 그날, 일부 주민들은 어선을 타고 인천항으로 피난했다.

그 배에는 어린 아이도 있었고 여자도 있었다. 월남이 패전할 때의 '보트피플'도 아닌데 그들은 한국판 보트피플이 되어 피난 나왔다. 북의 폭격에 우리 군이 13분 만에 늦장 대응한 것도 화가 나는데 왜 국가는 자국의 국민을 대피시키는 데까지 늦장을 부렸는지 화가 난다.

주민 소개, 주민들을 피신시키는 작전부터 즉시 이뤄졌어야 했다. 군함을 동원해서라도 우리 국민인 연평도 주민들을 태워 전쟁의 공포와 추위, 굶주림에서 탈출시켰어야 했다. 그렇게 하라고 세금을 내고 국방세를 내는데 국민의 생명에 대한 예의와 존중이 없었다. 한 피난민은 "나라라고 있으면 뭐하나?"라고 울부짖었다고 한다.

왕년의 '5분대기조' 출신인 것이 자랑인 내 친구 '육군 병장 안 병장'은 자신의 젊음을 투자한 5분대기조의 정체가 무엇인지 모르겠다며 허탈해 했다. 북의 폭격에 우리 군이 대응했다는 자주포는 2차대전 당시 만들어진 대포로 명중률이 형편없어 군인들도 '똥포'라 부른다고 한다. 똥포? 우린 이미 전쟁에서 졌다.

정일근 시인·경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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