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김태영 국방장관과 김병기 청와대 국방비서관을 경질한 이유 중 하나는 '확전 자제'지시 논란의 책임을 물은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문책에도 불구하고 확전 자제 지침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그간 이 논란에 관해 목소리를 높이지 않아온 민주당이 26일 청와대 대통령실, 외교안보라인의 교체를 요구하기 시작했고, 여당인 한나라당의 책임자 처벌 여론도 수그러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이번 인사로 지난 23일 언론을 통해 공개된 "확정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라"는 이 대통령의 최초 지시를 둘러싼 논란이 정리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는 김 장관 경질이 북한의 연평도 포격에 대한 군의 엉성한 대응에서 비롯됐지만 정치적으로는 김 장관의 '확전 자제'지시 관련 국회 발언이 더 큰 경질의 배경임을 시사한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문제의 지시가 이 대통령이 아닌 참모의 발언이라는 청와대의 해명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김 장관이 대통령의 지침이 있었던 것처럼 발언한 것이 청와대에서 크게 논란이 됐고 이것이 경질의 주요 배경"이라고 전했다. 김 장관은 지난 24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이 대통령으로부터 '단호하지만 확전되지 않도록 하라'는 최초의 지시가 있었다"고 말했다가 이를 번복했다.
김병기 국방비서관은 연평도 포격 도발이 있던 23일 국가위기관리센터 상황실에서 확전 자제 메시지를 김희정 청와대 대변인에게 전달한 당사자여서 이번에 교체됐다고 청와대 관계자는 전했다.
그러나 청와대의 해명이 여전히 명쾌하지 않고, 이번 인사가 '꼬리 자르기'식 아니냐는 의혹 등으로 추가 문책론은 고개를 숙이지 않고 있다.
청와대 주변에서는 김 비서관 말고도 다른 고위 인사가 김 대변인에 비슷한 취지의 메시지를 전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또 임태희 대통령실장은 24일 "상황실에서 참모들이 의견을 나누는 과정에서 일부는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 일부에서는 '전면전으로 가서는 안 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고 언급, 상황 발생 직후 청와대 참모진이 일사불란하지 못했음을 시사했다.
그래서 청와대 일각에서는 "김 비서관이 희생양이 된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여권 일각에선 "이번 지침을 오도한 책임자는 김인종 경호처장, 이희원 안보특보 등 군 출신 청와대 고위 관계자"라며 추가 문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혼선을 초래한 대통령실 관계자를 문책하고 국방 관계자를 엄중 처벌해 안보와 군기를 바로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영섭 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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