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산도는 항상 홍도와 한묶음으로 여겨져왔다. 때론 홍도로 가는 길목, 잠시 머물다 가는 곳으로만 기억되기도 했다. 하지만 섬 전체가 국립공원에 지정된 흑산도에도 홍도에 견줄만한 아름다움이 있다. 관광에 올인하는 홍도와 달리 흑산도는 어업중심기지로 또 다른 활력이 꿈틀대는 매력적인 섬이다. 흑산도는 또 크고 넓다. 관광객만 북적이는 홍도와 달리 한가롭게 즐길 수 있어 진짜 섬답다는 느낌이 든다.
흑산도 관광은 크게 두가지로 대표된다. 해안 일주도로를 따라 섬을 한바퀴 돌아보거나, 유람선을 타고 영산도 대둔도 다물도 등 흑산도 주변 섬들의 비경을 감상하는 방법이다. 여기에 하나 더 추가할 것이 있다. 흑산의 산을 오르는 것이다.
흑산도에서 제일 높은 봉우리는 문암산(405m)이다. 섬으로만 이뤄진 신안군의 1,000여 개 되는 섬들 중 두번째로 높은 봉우리다. 참고로 제일 높은 신안의 섬은 가거도의 독실산(639m)이다.
흑산도의 문암산 쪽은 아직 등산로가 개설되지 않았다. 일반에 개방된 구간은 예리 샘골 입구에서 칠락산(272m), 반달봉(220m)을 지나 상라산(230m)으로 이어지는 코스뿐이다. 섬 주민들이 오가던 다른 산길이 있었지만 섬 전체가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까닭에 공식적으로 이 구간만 일반에 열려있다.
높이 300m도 안 된다고 너무 우습게 볼 일이 아니다. 해수면에서 시작된 길이고 때론 급경사도 만나 걸음이 그리 녹록하지만은 않다. 또 바로 사방에 펼쳐진 너른 바다 풍광을 가슴에 담을 수 있어 1,000m급 고산에서 얻을 수 있는 만큼의 감동을 느낄 수 있다.
산행의 시작점인 샘골 입구를 찾았다. 예리의 번화가에서 700m 일주도로를 따라 올라가야 만날 수 있었다. 등산로 입구에서 등산화를 고쳐 신고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등 뒤는 바다다. 흑산도항 뒤쪽의 바다라고 뒷대목이란 이름을 가진 해변이다.
등산로는 바로 숲길로 이어졌다. 길이 푸르다. 싱그러움이 가득해 계절을 잊을 정도다. 흑산도의 이름이 검도록 푸른 산에서 비롯됐다는데 산의 숲길이 그 이름값을 톡톡히 하고 있다. 상록수의 푸르름도 푸르름이지만 바닥에 깔린 키 작은 풀들의 초록이 유난히 짙다. 동백잎처럼 두툼하면서 반질반질하다. 겨울의 초록이 이토록 생기 있을 줄이야. 육지에선 이미 서걱서걱 말라붙은 이파리마저 모두 떨어져버린 지금, 흑산도의 숲에는 푸른 청춘이 여전히 팔팔했다.
계속된 오르막이지만 그리 힘들게 느껴지지 않는다. 이정표를 보니 1.26km 걸었다고 한다. 드디어 능선이 이르렀다. 초록의 숲을 벗어나니 시야는 드넓은 다도해로 넓어졌다. 사방이 바다다. 넓은 흑산항이 발 아래다. 칠락산 정상은 흑산항을 굽어볼 수 있는 최고의 전망대다. 위에서 내려다 본 흑산항. 그 자체로 작은 바다다. 읍동 진리 죽항리 예리 등 큰 마을을 여러 개 품은데다, 선착장 외에도 드넓은 양식장까지 안고 있다. 항구엔 쉴 새 없이 어선과 페리가 오가며 하얀 뱃길 자국을 그려 넣는다.
칠락산에서 다시 내리막길을 탄 산길은 넓닥바위재, 진말잔등재 등을 지나 삼거리에 이른다. 이곳에서 오른쪽으로 난 샛길을 타면 진리의 흑산면사무소로 바로 내려갈 수 있다. 삼거리에서 계속 직진해 큰재를 지나면 기암절벽을 기어 올라야 한다. 오르락 내리락 경사가 급한 이곳을 지나면 ‘흑산도 아가씨’노래비가 서있는 곳으로 내려갈 수 있다. 노래비 바로 앞에 있는 봉우리가 상라산이다. 흑산도 최고의 전망대로 꼽히는 곳이다. 상라봉 바로 아래엔 12굽이 길이 꿈틀거린다. 굽이친 도로와 함께 흑산항이 한눈에 들어온다. 뒤편으론 소장도 대장도가 길게 이어진 섬자락이 바다를 가로질렀다. 그 섬들 뒤에 떠있는 홍도는 날이 좋아야 보인다.
장도 앞바다엔 양식장이 늘어서있다. 지난 여름 곤파스 태풍 때엔 저 양식장이 바람에 날려 통째로 산으로 올라갔다고 한다. 문화관광해설가 김기백씨는 “숲의 나뭇가지에 전복 우럭이 대롱대롱 매달렸었다”고 했다.
상라산은 흑산도의 봉화대가 있던 곳이다. 비금도를 거쳐 목포의 유달산으로 이어지는 뭍과의 연락 거점이었다. 마침 해가 뉘엿 지는 시간이었다. 아쉽게도 해무가 짙게 깔려 장도 건너의 홍도는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감동적인 흑산의 일몰이다. 장쾌한 흑산의 기운마냥 저무는 태양도 장엄하게 빛을 발했다.
흑산도(신안)=글ㆍ사진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 트레킹 팁
소설이 지나자 어김없이 찬바람이 강해졌다. 본격적으로 겨울 산행을 준비해야 하는 시기다. 변덕스런 겨울 날씨에 대비할 수 있는 기능성 겨울 재킷을 찾는 사람이 많아졌다.
겨울 산행의 기본은 얇은 옷을 여러 겹 껴입는 것이다. 산에 오르기 전에는 찬바람에 몸이 쉽게 움츠러들지만, 일단 산행을 시작하면 땀이 나면서 재킷을 벗게 된다. 또 잠시 쉬기라도 하려면 땀이 식으며 몸은 오한을 느끼게 된다. 이럴 때 요긴한 스타일은 방수, 방풍 기능이 뛰어난 기능성 재킷에 속감으로 다운 재킷이 함께 어우러진 기능성 겨울 재킷이다. 라이너로 함께 구성된 다운 재킷은 휴식 시간마다 꺼내 입으면 좋고, 겉 재킷은 찬바람을 막아주는 기능이 뛰어나니 등산 티셔츠 위에 그대로 입고 산행에 나서도 무리가 없다.
어깨와 팔꿈치 등 마모가 심한 부분이 특수소재로 처리된 제품이 좋다. 마모를 줄여주고 활동성을 높였기 때문에 겨울 산행을 한결 수월하게 도와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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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수첩
흑산도 섬트레킹 코스는 샘골입구에서 상라산까지는 넉넉히 4시간은 잡아야 하고, 샘골입구서 삼거리에서 진리로 내려올 때는 2, 3시간 계획하면 된다.
흑산 홍어는 김경우씨(061-275-9035) 등 20명의 중매인을 통해 구입할 수 있다. 중매인들은 택배로도 보내준다. 보통 1마리씩 포장 배달된다. 흑산홍어를 보증하는 바코드는 반드시 첨부된다. 손님의 요청에 따라 통째로 보내거나, 보관하기 좋게 각만 잡아 보내거나, 바로 젓가락을 댈 수 있게 회를 쳐 보낸다. 회로 칠 경우엔 2만원의 수고료가 더해진다. 흑산수협(061-246-5323)을 통해 중매인들이 운영하는 매장의 연락처를 얻을 수 있다.
흑산도에 가는 배는 목포에서 하루 4번 출항한다. 오전 7시50분, 8시, 오후 1시, 4시 출발한다. 흑산 출발 목포행 배는 오전 9시50분, 11시, 오후 3시30분, 4시10분이다. 뱃시간은 2시간 가량 걸린다. 동양고속 (061)243-2111, 남해고속 (061)244-9915
흑산 일주도로 관광은 버스나 택시를 이용할 수 있다. 버스관광은 한바퀴 도는 데 1인 1만3,000원. 1시간40분 걸린다. 택시를 이용할 경우 4인 기준 6만원(1인 추가시 1만원씩). 2시간 걸린다.
흑산도의 호텔은 흑산비치호텔(061-246-0090) 하나다. 예리에 영빈장, 황금모텔, 숙소타운, 삼성장 등 많은 모텔이 있다. 흑산면사무소 (061)275-9300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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