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천안함 피폭 이후 국방당국은 국민의 질타를 받으며 수없이 쇄신을 공언했다. 다시는 당하는 일이 없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거듭 약속했다. 말들은 자못 그럴 듯했다. 천안함 피폭 이전 적의 이상 징후들을 통상적 수준으로 판단한 오류를 반성하고, 이후에는 어떤 미묘한 동향에도 긴장감을 늦추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북한의 다음 공격목표가 서해5도일 가능성이 높은 만큼 철저히 대비하겠다고 한 약속도 생생하다. 나아가 추가도발 시에는 몇 배로 되갚을 것이라고도 호언했다.
그런데 국방부와 합참은 이번에도 북 해안포 개방, 북한군 수뇌부의 서해시찰 등을 통상적 사안으로 경시했다가 또 당했다. 서해5도의 방비태세 역시 실제로는 전혀 강화되지 않은 채 방치돼온 사실이 확인됐다. 책임 회피를 위해 전전긍긍하며 거짓말을 되풀이하는 모습도 정확히 천안함 때의 재현이다. 의지와 능력, 어느 하나도 개선되지 않은 채 도리어 군 사고 및 군기문란 사건만 더 늘었다. 서해5도 방비강화책 등 지금 내놓는 대책들도 태반이 천안함 직후의 재탕이다.
김태영 국방부장관의 사의를 청와대가 수용했다. 청와대는 이와 함께 국방비서관도 교체키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장관을 포함한 한두 명의 인사로 끝낼 일이 아니다. 전략전술과 지휘능력의 한계를 수없이 노출하고, 국민에게 신뢰할 만한 모습을 보여준 적이 없는 현재의 국방부와 군 지휘부를 전면 개편해야 한다. 번번이 일선병사들의 현장 대응과 희생에만 의존하면서 치졸한 변명에나 급급해온 국방지휘부의 존재는 그 자체가 국가안보의 중대한 저해요인이다.
급박한 상황이긴 해도 후임인선을 무조건 서두를 건 아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국가안보에 대한 엄중한 책임감과 지휘능력, 추진력을 두루 갖춘 적임자를 골라야 한다. 북한은 우리 영토와 국민의 생명을 무참히 유린하고도, 또다시 2차, 3차 응징 따위의 오만방자한 언행을 서슴지 않고 있다. 무능하고 무기력한 현 국방지휘부를 전면 개편하고, 이를 통해 안보태세의 대전환과 군 쇄신을 이루지 않고는 이 치욕스러운 상황을 결코 반전시킬 수 없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