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는 25일 미디어법 강행처리로 국회의원들의 심의ㆍ표결권이 침해됐다는 헌재의 결정에도 불구하고 국회의장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아 의원들의 권한이 또다시 침해됐다며 야당 국회의원 85명이 낸 권한쟁의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4(각하) 대 1(기각) 대 4(인용) 의견으로 청구를 기각했다.
권한쟁의 심판은 위헌심사와 달리 재판관 과반수 찬성으로 인용 결정을 내릴 수 있는데 정족수에 1명이 부족해 기각됐다. 헌재는 지난해 10월 야당 의원들이 미디어법 개정안 가결 선포가 무효라며 낸 1차 권한쟁의 심판에서 절차상 위법은 인정하면서도, 법안 가결을 무효로 해달라는 청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번 결정의 취지는 1차 권한쟁의 심판에서 헌재가 국회의원들의 심의ㆍ표결권이 침해된 점은 인정했지만 가결 선포의 효력을 부정하지는 않은 만큼, 국회의장이 적극적인 후속 조치까지 취해야 할 의무는 없다는 것이다. 각하 의견을 낸 재판관(이공현 민형기 이동흡 목영준) 4명은 “헌재가 권한침해만 인정하고, 법안의 무효확인 등은 선언하지 않아 국회의장에게 위법성을 제거할 법적 의무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김종대 재판관은 “권한침해 확인결정은 의원들의 심의ㆍ표결권이 침해되는 것을 확인하는 데 그치는 것으로, 구체적 실현은 도모할 수 없다”는 이유로 기각 의견을 냈다.
그러나 조대현 김희옥 송두환 재판관은 “국회와 국회의원들은 종전 심의ㆍ표결 절차의 위법성을 제거하고 침해된 국회의원의 심의ㆍ표결권을 회복시켜줄 의무를 부담한다”며 인용 의견을 냈다.
이강국 재판관(헌재소장)은 인용 의견에 뜻을 같이하면서 별도의 의견을 통해 “헌재가 (법안의) 무효 확인 등의 방법으로 정치적 과정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국회의장을 포함한 국회도‘국가기관 상호존중의 원칙’에 따라 헌재의 이런 자제를 존중해 자율적으로 위법 상태를 제거해야 한다”고 에둘러 국회를 비판했다. 앞서 헌재가 미디어법 가결 과정의 위법성을 인정하면서도 법안 자체를 무효로 선포하지 않은 것은 국회의 자율성을 존중했기 때문이며, 국회 스스로 고치지 않는 이상 헌재가 나서 강제적으로 개선할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다.
권지윤기자 legend8169@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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