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금융권은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행보에 눈을 떼지 못했다. 지난 16일 갑작스럽게 외환은행 인수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한지 불과 9일 만에 외환은행 인수를 마무리 지으며 '금융권 빅뱅'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기 때문. 김 회장은 지난 25일 영국 런던에서 존 그레이켄 론스타 회장과 만나 외환은행 지분(51.02%)을 4조6,888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로써 하나금융은 신한금융을 제치고 3대 금융지주사로 도약했다.
은행부문은 국내 최대인 국민은행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으로 커져 중견은행에서 리딩뱅크로 변모, 금융권에 일대 지각변동을 일으킬 조짐이다. 벌써부터 금융권에서는 "소매금융의 강자인 하나은행과 기업과 외환업무에 탁월한 외환은행이 시너지를 발휘할 경우 하나금융은 규모뿐 아니라 경쟁력에서도 단숨에 1등 금융그룹이 될 가능성이 크다"라며 긴장하고 있다. 특히 이번 외환은행 인수로 김 회장은 '인수·합병(M&A) 귀재', '타고난 승부사'라는 명성을 재확인시켰다.
김 회장은 1991년 하나은행 설립 이후 98년 충청은행, 99년 보람은행, 2002년 서울은행, 그리고 2007년 대한투자증권에 이어 외환은행까지 품에 안는데 성공했다. 국내 금융기관이 12년 동안 5개 금융기관을 인수·합병해 성장한 것은 전례 없는 일이다. 하지만 김 회장에게는 외환은행 인수를 '성공한 M&A' 사례로 만들어야 하는 만만치 않은 과제가 남았다. 인수 계약을 체결했지만 인수금의 절반이 넘는 돈을 조달해야 하고, 피인수 되는 외환은행 임직원들의 반발을 잠재우고 시너지를 극대화해야 한다.
김 회장은 "인수 자금 조달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밝히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과도한 차입으로 인한 부담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외환은행에 대해서는 "(하나은행과) 합병할 계획이 없고 외환은행 브랜드도 계속 유지할 것이다"고 했지만 조직 효율성을 위해 어느 정도의 구조조정은 불가피해 적지 않은 반발이 일 것으로 보인다. 또 하나금융의 취약점으로 꼽히는 지배구조 개편도 무시할 수 없는 변수로 꼽힌다. 김 회장 뿐 아니라 김종열 사장, 김정태 하나은행장 등 주요 경영진의 임기가 내년 3월에 모두 끝난다. 상황에 따라 김 회장의 3년 연임 여부와 후계구도를 놓고 논란이 일 경우 지배구조 자체가 흔들릴 수도 있는 상황. 김 회장이 남은 마지막 고비를 넘기고, '세계 50대 금융그룹으로 도약'이라는 비전을 실현시키기 위해 어떤 승부수를 던질지 주목된다.
손재언 기자 chinas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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