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가능성이 큰 아시아 탄소배출권 시장에 적극 투자하십시오. 전력도 판매하고 확보한 탄소배출권도 거래할 수 있는 일석이조 효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온실가스 감축은 더 이상 단순한 환경보호 프로젝트가 아니다. 에너지 효율 향상과 신재생에너지 관련 설비 설치를 통해 온실가스를 줄이고 그 감축분을 상품으로 거래하는 탄소배출권 시장이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선진국이 온실가스를 줄일 여지가 많은 개발도상국에 투자해 얻은 감축분을 자국의 온실가스 배출 목표 달성에 활용하거나, 이를 시장에서 판매할 수 있는 제도인'청정개발체제(CDM)'가 대표적이다.
에너지관리공단 주관으로 23~24일 이틀 동안 서울 조선호텔에서 열린'그린비즈니스 포럼 2010'은 아시아 9개 나라에서 온 정부, 기업, 관련기관 관계자들이 CDM 사업으로 투자 가능성이 높은 프로젝트를 소개하고 한국 기업들의 투자를 요청하는 자리였다.
전 세계 CDM 시장에서 아시아 지역의 중요성은 매우 크다. 현재 국제연합(UN) CDM 집행위원회에 등록된 2,400건의 사업을 통해 2012년까지 약 18억6,000만 CO2톤의 감축량(CERs)을 얻을 것으로 보이는데 그 중 81.7%가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이뤄지고 있다. 더구나 아시아 지역은 미개발 지역이 많기 때문에 앞으로 CDM 시장이 커질 가능성은 높다.
참석자들은 이날 각국 정부 관계자가 온실가스 감축 관련 정부 정책, 투자 인센티브 등 투자 환경을 소개해 큰 도움이 됐다고 입을 모았다.
한 참석자는 "지진이 많은 인도네시아의 지열(地熱)발전, 섬이 많은 필리핀의 소수력 발전 프로젝트가 인상적이었다"며 "인도네시아에서 프로젝트를 하려면 꼭 알아야 하는 입찰 절차도 좋은 공부가 됐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베트남의 바이오매스 열병합발전소 건설 사업, 말레이시아의 바이오 가스 포집 사업, 중국 내몽고의 태양광, LED 분야 등에 대한 설명도 이어졌다.
우리나라는 아시아 지역을 상대로 한 CDM 사업에서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2008년 이명박 대통령이 '동아시아 기후파트너십'을 선언한 이후 아시아 국가들과 적극적인 협력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아세안+3의 에너지 담당 사무국(ACE)과 함께 ▦CDM사업 공동 발굴 ▦CDM 전문가 양성 ▦국내기업의 투자 참여를 위한 간담회 개최 등을 진행했다.
구체적 성과들도 속속 나오고 있다. 이번 행사 중 LIG엔설팅-인도네시아 고론탈로주, GS칼텍스-인도네시아 반둥주, 한화-중국 산둥성 등이 MOU를 체결했다. 또 에너지관리공단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베트남 등과 국가별 CDM 협의체를 만들었다.
이태용 에너지관리공단 이사장은 "동남아, 중앙아시아 등 자원은 풍부하지만 기반이 약한 나라들이 녹색 성장 역량을 키우도록 돕고 유망한 프로젝트를 함께 발굴해 우리 기업과 투자자가 아시아 기후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 인터뷰/ 느구옌 만 홍 ACE 사무총장
"한국, CDM사업 성장에 훌륭한 동반자 될 것"
"아세안을 포함한 아시아 국가들도 최근 탄소배출권 시장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고 많은 프로젝트를 발굴하고 있습니다. 뛰어난 그린에너지 기술을 지닌 한국 기업들과 한국 정부가 그들의 훌륭한 파트너가 됐으면 합니다."
느구옌 만 홍(사진) ACE(ASEAN Center for Energy) 사무총장은 24일 급성장 중인 아시아 탄소배출권 시장에서 한국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며 이 같이 강조했다. 1997년 발족한 ACE는 에너지와 관련한 아세안 회원국의 협력체로 온실가스 감축을 비롯한 CDM(청정기술체제), 신재생에너지, 민간 핵 기술 분야 등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갖고 있다.
지금까지는 개발도상국이 주류인 아세안 국가들은 온실가스 감축보다 개발에 더 신경을 쓰다 보니 화력 발전으로 전력을 마련하는 데 관심이 많았다.
하지만 그는"장기적으로 지열, 바이오매스(수확 후 버려진 옥수수대, 쌀겨, 면화대 등을 이용한 열병합 발전) 등 친환경적 방식을 이용하는 게 에너지 효율성이나 경제성에서 좋다고 설득했고 많이 이해하고 있다"며 "나라마다 수준 차이는 있지만 각자 지리적 특성을 반영한 실천 계획표를 짜서 CDM 사업에 나서고 있다"고 덧붙였다.
느구옌 총장은 "현재 ACE와 CDM 사업에 대해 협력 체계를 유지하는 나라는 한국 뿐"이라며 "일본, 중국 등도 손 잡길 원했지만 가장 적극적이었던 한국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금 지원도 중요하지만 아세안 국가들이 스스로 CDM 사업을 진행할 수 있는 실력을 키울 수 있는 기술 전수가 시급하다"고 당부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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