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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연평도 포격 후 파주 민방위 대피소 가보니/ 대피소 진입로 엉망…입구조차 찾기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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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연평도 포격 후 파주 민방위 대피소 가보니/ 대피소 진입로 엉망…입구조차 찾기 어려워

입력
2010.11.24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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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연평도 도발로 불안감이 가중되던 24일 오전 경기 파주시 문산읍 장산리의 민방위 대피소. 민간인 출입통제선인 임진강에서 불과 1㎞ 떨어진 위치에 만들어진 동굴형 대피소다. 민통선 인접 마을이라 북한군이 기습 도발을 할 경우 주민 피해가 예상되는 곳이다. 파주시는 비상 시 주민들의 대피를 위해 1979년 12월 기존 동굴을 정비하는 방식으로 이 대피소를 조성했다.

하지만 이 대피소는 실제 상황이 발생했을 경우 제대로 활용하기가 쉽지 않은 상태였다. 우선 마을회관에서 무덤가 밑 대피소에 이르는 진입로는 정비가 돼 있지 않아 입구를 찾기조차 어려웠다. 입구에 설치된 '민방위 대피소' 푯말은 녹이 슬어 뭐라고 써 있는지조차 알아볼 수 없었다.

입구에는 일반인들이 접근할 수 없도록 녹색 그물이 쳐져 있었다. 그물을 걷어내고 녹슨 철문을 열자 너비 50cm, 높이 1m 가량의 시커먼 동굴이 나타났다. 입구에는 군데군데 거미줄이 쳐 있었다. 훤한 대낮인데도 전등이 없어 5,6m만 안으로 들어가도 앞을 분간할 수 없었다. 지표면으로부터 약 8,9m 깊이의 지하에 위치해 바깥 공기보다 훈훈했지만 환기가 제대로 되지 않아 퀴퀴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입구에서 동굴 끝까지는 약 98m. 북 도발 시 200여명의 마을 주민들이 임시 피난처로 이용해야 하기에는 문제가 많았다. 동굴이 한 사람이 지나다니기에도 비좁은 크기인데다, 내부에 화장실이나 전기시설 등이 전혀 갖춰져 있지 않아 장기간 이용하기 어려워 보였다.

그나마 이곳 장산리 대피소는 '대피소'라는 외형은 갖춰진 곳이다. 접경 지역인 경기ㆍ강원지역 대부분의 대피시설들은 더욱 허술하게 지정ㆍ관리되고 있다.

24일 경기ㆍ강원도에 따르면 두 지역에는 총 4,612개(경기 3,862ㆍ강원 750)의 주민 비상대피시설이 설치돼 있다. 숫자상으로만 볼 때 이 대피시설들의 수용 능력은 도민 전체를 수용하고도 남는다.

그러나 이 시설들은 모두 아파트 지하주차장, 대형빌딩 지하 등 주로 민간시설을 대상으로 지정돼 있다. 당연히 비상급수시설이나 환기, 전력ㆍ통신, 밀폐시설 등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 비상시 단시간 대피는 가능해도 장기간 대피는 곤란하다.

더구나 이 대피소들은 대부분 환기시설이 제대로 돼 있지 않아 입구가 차단되면 오히려 더 큰 위험에 빠질 수 있는 상황이다. 경기도 한 관계자는 "대피소 한 곳을 조성하는 데도 수 십 억원이 들어 제대로 된 시설을 갖춘 비상 주민대피시설 조성은 국비 지원 없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털어 놨다.

파주= 글·사진 강주형기자 cub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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