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연평도 포격에 대해 미 정치권에서는 23일(현지시간) 하루 종일 북한을 규탄하는 성명이 줄을 이었다. 백악관과 국무부, 국방부 등 외교ㆍ안보 라인은 물론, 의회에서도 여야를 초월해 북한의 도발을 더 이상 좌시해서는 안 된다는 강경론이 쏟아졌다. 핵실험, 천안함 사태 등 여러 차례 북한의 만행을 목격한 미국이지만, 이날 워싱턴 분위기는 전례 없이 격앙된 것이었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이날 새벽 4시께 보좌관으로부터 연평도 사태를 보고받고 "격노했다"고 빌 버튼 부대변인이 전했다. 그는 "오바마 대통령은 북한이 정전협정과 국제법을 준수하지 않는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백악관을 비롯한 미국의 안보팀은 이날 내내 긴박하고 분주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안보라인 책임자들을 모두 백악관으로 불러 긴급회의를 주재했다. 톰 도닐런 국가안보보좌관,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 제임스 클래퍼 국가정보국장, 마이크 멀린 합참의장, 제임스 카트라이트 합참 부의장 등이 예정된 일정을 취소하고 백악관으로 집결했다.
백악관은 오바마 대통령이 회의에서 "동맹국인 한국에 대한 확고부동한 지원을 재확인하고 한반도의 안보를 증진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마크 토너 미 국무부 부대변인은 사태의 위중함을 의식, "이번 사태에 대한 대응을 주먹구구식에서 탈피, 동맹국들과 주도면밀 하게 강구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ABC 방송과의 회견에서 군사적 조치는 언급하지 않았으나 "한국은 태평양 지역에서 미국 안보의 초석"이라는 말로 북한에 대한 강도 높은 대응을 예고했다.
의회도 한 목소리를 냈다. 여야가 따로 없이 민주ㆍ공화당의 상ㆍ하원의원 20여명이 연쇄적으로 북한에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규탄대열에 합류했다. 특히 북한을 압박하는데 중국 정부가 더 큰 역할을 해야 한다는 주문이 많았다.
민주당 하워드 버먼 하원 외교위원장은 "중국은 도발행위에 대가가 따른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당장 북한에 대한 경제ㆍ에너지 지원을 보류해야 한다"고 했고, 칼 레빈 상원 군사위원장은 "중국은 북한의 공격을 규탄하는 즉각적 행동에 동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차기 하원 외교위원장이 유력한 공화당의 일리아나 로스 레티넌 의원은 "미국의 대응이 너무 약해서 북한이 아무런 응징을 받지 않고 도발을 계속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워싱턴=황유석특파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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