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 한파 속에서 대학의 총학생회 선거가 끝났다. 당선자는 '43대 바보 총학생회'란 슬로건을 내건 시골 출신 학생이다. 선거 기간 동안 캠퍼스 곳곳에 붙어 있던 그 '바보'라는 이름이 참 편안했다. 바보니까 착할 것이고 바보니까 정직할 것이고 바보니까 성실할 것이다.
한 해를 이끌어나갈 '캠퍼스 정부'가 '바보 정부'라니 따뜻한 믿음이 간다. 군사정권이 끝나고 김영삼 대통령은 '문민정부'라 했고, 김대중 대통령은 '국민정부'라 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참여정부'라 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서거한 후에 그를 사랑한 많은 국민들로부터 '바보 대통령'이란 이름을 얻었다.
박정희 대통령 서거 후에 당시 김옥길 문교부장관이 만든 '학원의 봄'이 와 학도호국단이 물러나고 대학에 첫 총학생회가 만들어졌을 때 나도 간부로 참여했다. 그때 총학생회는 늘 시위를 주도하던 학생회였다. 그 이후 오랫동안 모든 대학의 총학생회 이름 앞에는 '쟁취' '투쟁' '강철' 등의 뜨거운 수식이 붙었다.
이제 대학에서 그런 시대가 지나간 모양이다. 바보 정부에는 선출직이 많다. 여성부인 총여학생회가 있고 의회인 총대의원회가 있다. 지방자치단체인 단과대학별 총학생회가 있다. 43대 바보 총학생회에게 '정권'을 물려주는 총학생회는 '42대 진짜 총학생회'라 한다. 바보, 진짜. 한국 정치가 대학생의 정치에서 배웠으면 한다.
정일근 시인·경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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