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류화를 추구하는 울산대의 다양한 시도가 국내 대학사회를 흔들고 있다. 지난해 국내 최초로 수업현장을 인터넷에 공개하더니 올해는 전 학부(과)에 전인적 인재양성을 위한 '프레쉬맨 세미나'를 도입해 주목을 끌었다. 최근 국내 10대 대학 진입을 목표로 2030년까지 학생정원의 37.5%를 감축하는 '소수정예화' 방침 발표는 충격적이다. 대학가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김도연(사진) 울산대 총장을 만나 대학의 현재와 미래를 들어봤다.
_정원 감축 발표로 전국 대학이 깜짝 놀라 향후 행보를 주시하고 있다
"10년 후 고교 졸업자가 현재보다 40% 급감하는 등 머지않아 대학가에 쓰나미가 덮칠 것입니다. 이런 상황을 대학 발전의 기회로 생각하고, 정원 감축을 통한 체질 개선과 특성화 교육으로 새로운 도약을 시도하려 합니다. 전략의 골자는 소수정예교육이며, 시너지 효과가 높은 학문을 융합해 세계적 경쟁력을 가진 대학으로 키우는 것입니다."
_학부에 '브랜드'개념을 도입해 새 바람을 불어넣고 있는데
"무엇보다 이공계 분야 일류화 사업으로 학생들이 자긍심을 갖게 된 점이 큰 성과입니다. 그들의 공부하는 태도가 달라졌습니다. 또 현실적으로 신입생 자질이 우수해졌고, 교수 1인당 학생수도 25명에서 15명으로 개선됐습니다. 영어강의 비율이 13%에서 45%로 높아졌고, 다른 학문분야에서도 긍정적 효과가 나오고 있습니다. 내년부터 인문사회 분야도 일류화를 추진할 계획입니다."
_정부의 '학부교육 선진화 선도대학'에 선정됐는데
"인터넷 강의공개, 학부장 공채, 정원 감축 등 개방과 공유를 통한 학부교육 선진화 사업이 좋은 평가를 받아 11개 선정대학 중 점수가 가장 높았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4년간 매년 30억원씩 모두 120억원을 지원받아 ▦프레쉬맨 세미나 강화 ▦산업체 장기 인턴십 및 산학협력교수 확충 ▦학부교육 선도학부 지원 ▦지역 연계형 융복합전공 교과과정 개편 등 최고의 학부교육을 시행할 계획입니다."
_강의 공개 등으로 보수적 교수사회의 틀이 깨지고 있다. 교수들 반응은
"반대의견도 있지만 이는 접근방법의 차이이지 대학 발전을 위한 원칙에는 모두 공감하고 있습니다. 강의를 공개하려면 수업준비를 더 해야 하고, 답변도 잘 해야 합니다. 교수들 부담이 그만큼 커집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공개강의에 수만명이 방문했으며, 직장인에다 가정주부까지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는 댓글을 남기고 있습니다. 세계 많은 대학이 강의공개를 통해 수준을 높이고 있습니다. 학부장 공모와 교수후보자 상시 초빙도 같은 맥락입니다. 차근차근 설득해나갈 계획이며, 우리 교수님들의 교육에 대한 열정을 믿고 있습니다."
_'학생 투자 최상 대학'으로 나타났는데
"등록금 대비 학생경비 지출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많게 나타난 것은 재단의 교육투자 의지가 남달랐기 때문입니다. 우리 재단은 마지못해 돈을 쓰지 않습니다. 재단 후원사인 현대중공업이 조선해양학부를 세계 명문으로 키우기 위해 2006년부터 6년간 총 159억원을 지원키로 했는데 이는 최초 약속보다 지원기간과 금액이 더 늘어난 수치입니다.
_교과부 장관을 지내 교육정책에 대한 식견이 남다르신데 우리나라 대학, 특히 지방대는 어떻게 가야 합니까
"기업이나 대학이나 자율화가 대세이며 무한경쟁에 노출돼 있습니다. 스스로 길을 찾아야 합니다. 지금 지방대에는 도약과 도태의 기회가 공존하고 있습니다. '30년 후 대학캠퍼스는 유적지로 남을 것'이라고 일갈한 피터 드러커의 지적을 곱씹어야 합니다."
_재임 중 대학이 불혹을 맞았다. 과거를 평가하고 미래를 제시한다면
"1970년 5개 학과에 입학정원 200명의 단과대로 출발했으나 현재 12개 단과대, 6개 대학원, 재학생 1만5,871명의 종합대로 외형 성장을 했습니다. 비약적 발전의 계기는 정주영 설립자가 1977년 3대 이사장으로 취임하면서부터입니다. 이 때부터 소위 '재단 지원'이란 말이 나옵니다. 그 분은 학교에서 요구한 것보다 건물을 더 크게 짓도록 지시했습니다. 재단의 그런 전통이 유지돼 오늘의 울산대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 외형이 아닌 '질(質)'로 승부를 걸겠습니다.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대학' 수준을 넘어 '세계와 경쟁하는 대학'으로 가려고 합니다. 그래서 경쟁력 강화에 온 힘을 쏟고 있는 것입니다."
목상균기자 sgm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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