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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공짜와 시민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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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공짜와 시민의식

입력
2010.11.24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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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정부에서건 지방정부에서건 살림살이는 점차 어려워지는데 공짜정책은 늘어간다. 여당도 야당도 선심경쟁을 하고 있는 듯하다. 선거 때만 되면 몇 가지 공짜가 덧붙여지니 살기가 좋아지는 것이라고 좋아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지하철에서 무료로 빌려주는 책, 무료대여 우산, 무료임대 자전거, 고령자에 대한 지하철 운임면제, 무료급식, 무상교육 등 공공기관이 제공하는 공짜 목록은 점점 길어지고 있다. 최근에 어떤 구청장은 신입생 전원에게 무료로 교복을 제공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기까지 했다.

늘어나는 공공기관 무료혜택

물론 공짜니까 싫어할 사람이 없을 수도 있다. 공짜로 주던 것을 유료화하면 사람들은 심하게 반발하기도 한다. 최근에 김황식 국무총리가 65세 이상 노인들에게 지하철을 무료로 승차하게 하는 것이 과잉복지라며 반대하는 발언을 하였다가 곤욕을 치르고 결국 사과하는 것으로 마무리 한 적이 있다. 속담처럼 공짜라면 양잿물이라도 마셔야 할지, 아니면 양잿물이라면 거절할 것인지 시민들의 건전한 의식이 필요한 때이다.

최근 지방자치단체들은 '양심자전거'를 무료로 대여하였으나 주민들이 빌려간 후 제자리에 돌려놓지 않아 폐지한다고 한다. 무료대여 서적이나 우산도 분실되거나 훼손이 많아지자 시민들의 양심이나 의식이 부족하다는 비난을 퍼붓고 있다.

이런 것을 두고 시민의 의식부족 내지 양심문제로 몰아붙이는 것이 올바른 지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시민을 양심불량자로 몰아붙여 폄하하기 이전에 공공기관이 공짜로 자전거를 빌려주는 것이 바람직한지에 대해 먼저 물어 보아야 한다. 물론 혼자 힘으로 생활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운 사회적 약자나 저소득층에게 생필품을 무료로 제공해주는 것에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전면적인 공짜가 초래하는 폐단도 만만치 않다는 생각을 해볼 필요가 있다. 먼저 공짜는 과잉소비를 초래한다는 점이다. 돈을 내고 물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해야 한다면 과연 돈을 낸 만큼 이용할 가치가 있는지 효용과 비용을 저울질해서 신중한 판단을 할 것이다. 가격에 의한 자동조절기능이 공짜에는 작동하지 않는다. 불필요한 소비를 억제하는 제어장치가 작동하지 않게 된다. 필요 이상으로 소비한다. 아껴 쓰려는 마음도 실종된다.

공공물건을 내 것처럼 사용하는 것은 이상적이지만 현실은 아니다. 독일 통일 후 구동독지역의 가장 큰 문제는 주택문제였다고 한다. 공짜로 주어지는 주택이다 보니 어느 누구도 주택을 돌보지 않게 되어 수세식화장실은 대부분 고장이 나고, 마룻바닥은 삐거덕거리고, 지붕은 낡아 물이 새 주택복구사업에 엄청난 예산이 투입되었다고 한다. 고장이 나도 거주자는 고칠 생각을 않고, 관료주의에 병든 행정관료들은 서둘러 고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시민의식이 높다고 평가하는 독일에서도 똑같은 일이 일어나는 것을 보면 우리의 시민의식 실종만 비난할 일은 아닌 것 같다.

과잉공짜는 포퓰리즘의 산물

다음으로 공짜는 결코 공짜가 아니라는 점이다. 누군가의 희생으로 공짜가 생겨난다. 비용을 지불하는 자와 편익을 누리는 자가 분리된다는 점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공짜를 누리는 자는 다른 누군가의 부담으로 편익을 향유하면서도 부담을 하는 자에 대한 고마움도 별로 느끼지 않는다. 오히려 공짜에 익숙해지면 더 많은 공짜를 요구하게 된다. 자신의 생활문제를 자신의 노력으로 해결하기보다는 누군가가 대신 해결해 줄 것을 요구하게 된다.

이러한 도덕적인 해이는 인격적인 파탄을 초래할 수 있다. 포퓰리즘은 바로 이러한 토양 위에서 자란다. 선거 때마다 선심성 공짜가 늘어나게 되면 결국 비용을 감당할 수 없는 파국에 이르러도 멈추기가 어렵게 된다. 공짜로 제공하는 양심자전거로 실종된 시민의식을 비난하기 이전에 시민의식을 부패하게 만드는 과잉적인 공짜정책부터 바로잡는 것이 우선이다.

이기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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