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의 활력이 오늘까지 창비를 이끌어온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백낙청(72ㆍ서울대 명예교수) 계간 창작과비평(이하 창비) 편집인은 24일 창비 통권 150호 발행을 기념해 연 기자간담회에서 “창비는 여전히 한국사회에서 무언가 갈망하는 것을 채워주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1966년 1월 미국유학에서 돌아왔던 백 교수가 창간, 45년 만에 이번 겨울호로 150호를 맞는 창비는 그동안 민족경제론, 민족문학론, 분단체제론 등 진보적 담론을 주도하며 현실 비판에 목말라하던 독자들의 지지를 받았다. 백 교수는 “독재정권 시절에는 창비를 끼고 다녀야 의식있는 지식인연할 수 있었지만, 활자문화가 쇠퇴하고 볼거리도 많은 요즘에 창비를 읽는 것은 어쩌면 이상한 일일지도 모른다”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분하면서도 확실한 호응이 이어지는 이유는 창비가 지금도 한국사회 특유의 활력을 잘 담아내고 있기 때문이라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근년 인문사회잡지들이 잇따라 폐간되거나 어려움에 처해 있지만 창비는 현재도 1만명 안팎의 정기독자와 1만2,000부 정도의 발행부수를 유지하고 있다. 백 교수는 기획, 집필, 편집 등 잡지 발행을 자신이 전적으로 책임져야 했던 초창기와 편집위원 20여명의 논의를 거치는 요즘을 비교한 뒤 “개인적인 주장이 두드러졌던 창비가 지금은 ‘집단적 지성’의 힘으로 만들어지고 있는 것 같다”며 “‘먼 길을 어찌 다 가며 도중의 괴로움을 나눠줄 사람은 몇이나 될까’를 고민하던 창간 당시가 떠올라 감개무량하다”고 말했다.
백 교수와 동석한 백영서(57ㆍ연세대 교수) 창비 편집주간은 “창비의 오늘은 제호가 말해주듯 문학창작과 사회비평이라는 요소를 두 바퀴 삼아 ‘창비표 글쓰기’를 선보여온 결과로 생각한다”며 “지식인들의 단순한 의견교환의 장이 아니라 ‘이런 문제를 창비는 이렇게 생각한다’는 뚜렷한 시각을 보여준 것도 창비의 성공요인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파편화된 사회 속에서 온전한 삶의 가치란 무엇인가를 질문하는 것이 창비가 고민하는 지점”이라며 “앞으로는 분과학문의 틀을 뛰어넘는 본래적 의미의 인문학 담론을 생산하는 데 힘쓰겠다”고 말했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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