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후 2시34분 인천 옹진군 연평도 내의 유일한 학교인 연평초중고등학교의 오후는 여느 때와 별 차이가 없었다. 전 교생 120여명이 각 교실에서 5교시 수업 종료를 10여분 남겨 놓은 그 때 운동장 너머 야산에서 "쉬이익 쾅"하는 굉음이 들렸다. 곧이어 창밖으로 이곳 저곳에서 불기둥이 솟아오르는 광경이 목격됐고, 일부 교실에서 "폭격이다" "대피하라"는 외침이 터져 나왔다. 계속해 떨어지는 포탄에 학교 유리창이 깨지자 학생들은 비명을 지르고, 일부는 울음을 터뜨렸다.
24일 오후 해경 함정을 타고 인천항에 도착한 이정성(16·연평중3)군은 "2층에서 수업을 듣다 '대피하라'는 외침을 듣고 학교 지하 대피소로 들어갔다"며 "작은 폭음은 셀 수 없을 정도였고, 가까이에서도 굉음이 두 세 번 들렸다. 대피소에서 나오니 끔찍하게도 유리창이 다 깨져 있었다"고 말했다. 이남윤 교사는 "고함을 쳐도 다 들릴 정도로 학교가 작아 학생들이 한꺼번에 대피할 수 있었다"며 가슴을 쓸어 내렸다.
유치원과 초·중·고등학교가 통합된 연평초중고는 직격탄은 맞지 않았지만 2층짜리 건물 유리창이 모두 깨졌다. 교사 25명이 생활하는 관사는 파편에 맞아 크게 부서졌다. 특히 2차 포격은 콘크리트로 된 대피소를 흔들 정도로 가까이에서 터졌고, 포연은 대피소 안까지 스며들었다. 학생들은 밤새 대피소에서 머물다 24일 오전 5시30분께 일제히 귀가해 짐을 챙긴 뒤 오전 8시께 해경 함정을 타고 인천항으로 피난했다. 현재 학교에는 김영세(55) 교장과 교사 등 네 명이 남아 학교를 지키고 있다.
난데없는 북한 포격의 위력은 군인들도 실감했다. 중상을 입고 경기 성남시 국군수도병원으로 이송된 김지용(21) 상병은 "귀청이 떨어질 듯 한 소리가 나더니 입과 목에서 피가 솟구쳤다. 그 순간 정신을 잃었다"며 사고 당시의 상황을 어머니 문정자(47)씨와 작은아버지 김영길(37)씨에게 전했다. 김 상병은 23일 밤 수도병원에 도착한 뒤 파편 제거 등을 위해 24일 오전 4시30분께까지 응급수술을 받았다.
인천=김창훈기자 chkim@hk.co.kr
성남=이성기기자 hangi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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