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연평도 포격과 관련한 이명박 대통령의 '확전 방지' 발언을 둘러싼 정치권 논란이 24일 거세게 벌어졌다. 이 대통령이 23일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직후 "단호히 대응하되 확전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라"는 취지의 언급을 했다는 식으로 발표된 것과 관련 "북한을 제대로 응징하지 못하는 등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했다"는 비판론이 제기된 것이다. 반면 일부에서는 "확전하면 연평도 주민의 생명과 한국 경제의 리스크는 어떻게 되는 것이냐"는 반론도 제기됐다.
'확전 방지' 발언에 대한 비판은 한나라당 내 보수 성향 의원들과 자유선진당 의원들이 주로 제기했다. 비판의 요지는 국군 통수권자가 초기에 '확전 방지'를 언급하면서 우리 군의 강력한 응징이 신속하게 이뤄지지 못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대통령이 이런 언급을 하게 만든 청와대 참모진에 대한 문책 요구도 나왔다.
한나라당 6선 중진인 홍사덕 의원은 이날 최고위원ㆍ중진 연석회의에서 작심하고 확전 자제론을 강력 비판했다. 그는 "북한의 포격 직후 대통령으로 하여금 '확전하지 말고 상황을 잘 관리하라'고 말하도록 한 청와대와 정부 내 X자식들에 대해 한 말씀 드리겠다"며 "처음부터 그런 대응을 하도록 주변에서 잘못 오도했던 참모들을 이 참에 청소해야 한다"고 문책론을 제기했다. 그는 "바로 이 자들이 천안함 폭침 사건 직후에는 '북한과 관련이 없는 것 같다'고 흘려 보낸 사람들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승민 의원은 국회 국방위에서 "군 통수권자가 이런 말을 하니 우리 군이 전혀 저쪽(북한)을 못 때린 것"이라며 "이는 싸우지 말라는 얘기"라고 비판했다.
대북 강경론이 쏟아진 이날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도 비슷한 비판이 나왔다. 전여옥 의원은 "확전을 막아야 한다는 말에 국민은 무기력해하고 허탈했다"고 말했다. '확전 방지' 발언과 직접적 관련은 없지만 송광호 의원은 "북한공격 이후 한 시간 동안 우리 군대는 무엇을 했는가"라며 "종치고 다 끝난 뒤 무슨 단호한 대책인가"라고 정부의 초기 대응을 비판했다.
자유선진당 이회창 대표도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런 말은 공격자를 압도해야 할 상황에서 적을 이롭게 하는 이적 발언"이라며 "경위를 규명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단호히 대응하되 확전은 막아야 한다'는 입장은 냉철하게 위기관리를 해야 하는 국가 최고지도자가 현실적으로 취해야 할 자세라는 반론도 나왔다. 한나라당 정해걸 의원은 의총에서 "확전해선 안 된다는 대통령의 말은 국민을 안심시키려는 뜻인데 왜 관련자 처벌을 얘기하느냐"고 말했다. 김영우 의원은 "북한이 원하는 것은 남남갈등"이라며 "잘했다, 잘못했다는 책임을 묻기에 이르다"고 지적했다. 한나라당의 한 당직자는 "모순된 듯한 표현이 우리의 안보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시각도 제기했다.
김태영 국방부장관도 이날 국회 국방위 회의 답변에서 "'확전 방지'라는 말을 직접 듣지는 않았다"면서도 "단호히 대응하되 확전은 방지해야 한다는 태도는 북한의 도발이 있었을 때 할 수 있는 가장 적절한 조치"라고 말했다.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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