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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무력도발 고리를 끊어라

입력
2010.11.24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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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군이 23일 우리 연평도와 주변 해상에 170여 발의 포격을 가했다. 군 시설과 민간 거주지역을 가리지 않은 무차별 공격이었다. 연평도는 초토화되었다. 우리측 인명피해는 해병 2명 전사, 중ㆍ경상 10명, 주민 2명 사망, 4명 부상이다. 한국전쟁 이후 최대의 무력 도발이다. 청와대 대변인은 "북한의 연평도 포격 행위는 대한민국에 대한 명백한 무력 도발이다. 우리 군은 이러한 북한의 도발에 대해 교전수칙에 따라 즉각 강력히 대응하였으며, 추가도발 시에는 단호히 응징할 것이다"고 말했다. 직후 합참의 발표도 같은 맥락이다.

북한이 왜 이 시기에 이렇게 무모한 도발을 감행한 것일까. 일부 전문가들은 우리 호국훈련을 트집잡아 도발을 감행한 것으로 분석한다. 그러나 호국훈련은 매년 이 시기에 있어왔던 방어 훈련이다. 북한의 의도는 다른 곳에 있다고 보는 게 옳다. 바로 '서해5도 침탈 야욕'을 실행에 옮기고 있을 가능성에 주목해야 한다.

북한은 2007년부터 서해5도 주변의 전력을 대폭 증강했고, 특히 2009년 1월부터 서해5도에 대해 도발 행위를 집중해 왔다. 2009년 1월 대남 전면대결 선언과 서해5도 북방한계선(NLL)을 부정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어 같은 해 11월 대청해전 도발, 2010년 1월 서해NLL상 해안포 사격, 3월 천안함 폭침, 8월 서해5도 영해에 해안포 사격 등 일련의 도발을 감행했다. 이는 상호 연관되어 치밀한 계획으로 이뤄졌다고 봐야 한다.

우리가 북한의 무력 도발을 억제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우리 정부가 대북 군사응징은커녕 국민에게 한 약속도 지키지 않기 때문이다. 매번 자위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고 "추가 도발 시에는 단호히 응징할 것"이라고 엄포만 놓았다. 특히 천안함 폭침 이후 우리 군은 국민에게 약속한 확성기 방송, 전광판 설치 등의 군사적 조치를 아직까지 실행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북한의 수해를 지원한다고 쌀, 시멘트, 라면 등 물자를 지원하고 있다.

이번 사태가 북한 무력 도발의 끝일 가능성은 희박하다. 북한의 추가 도발이 우려되는 이유는 우리 군이 무력 도발을 억제할 정도의 대응력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우리 군은 이번에 교전수칙에 따라 대응하긴 했으나 성공하지 못한 것 같다. 1차 포격 직후 대응사격(K-9포, 80발)에도 불구하고 적의 2차 포격을 막지 못했다. 지금까지 북한군 피해에 대해 사진 한 장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북한이 민가를 공격한 것은 전쟁법을 위반한 것이다. 북한정권의 호전성과 잔학성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북한은 서해 NLL을 부정하는 성명을 또 발표했다. 앞으로도 계속 서해5도와 주변 해역에서 무력 도발을 계속하겠다는 의미다. 시간이 지나고 사태가 잠잠해지면 북한은 과거와 같은 도발을 또 감행할 것이다. 북한의 서해5도 무력 탈취 기도에 대한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번에 북한의 무력 도발 고리를 끊지 못하면 더 큰 도발을 당할 수 있다. 지금이라도 우리 군인과 민간인을 살상한 적 해안포 진지를 응징해야 한다. 확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으나 교전규칙의 기본정신은 영토와 생명을 지키고, 적 도발의지를 말살하는 데 있다. 서해5도와 주변해역의 방어력을 증강하고 북한 특수작전부대의 상륙을 저지하기 위한 전력 보강도 서둘러야 한다.

국민에게 당부할 것은 전쟁에 대해 너무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물품 사재기 등은 국민의 올바른 자세가 아니다. 막강한 전력으로 무장한 한미연합군사령부가 버티고 있는 한 한국전쟁의 재발은 있을 수 없다. 한미연합사는 1978년 창설 이후 완벽히 한반도에서의 전쟁을 억제하고 있다.

김성만 전 해군작전사령관 (예비역 해군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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