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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연평도 포격/ 주택가 한복판 잿더미… 매캐한 포연… 악몽 꾼 듯 처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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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연평도 포격/ 주택가 한복판 잿더미… 매캐한 포연… 악몽 꾼 듯 처참했다

입력
2010.11.24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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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전체가 처참하게 부서졌다. 직격탄을 맞은 집은 절반이 무너졌다. 건질 게 있을까 집에 가봤지만 양말 한 켤레 가져 나올 게 없다. 탄 냄새가 진동해 머리가 어지러울 정도다. 동네가 텅 빈데다 불발탄 걱정에 마음대로 돌아다니지도 못한다.”

북한의 재도발 우려로 24일 연평도를 빠져 나온 주민들은 포탄이 할퀴고 간 동네의 을씨년스러운 모습을 악몽처럼 떠올렸다. 인천시 재난안전대책본부와 섬에 남은 현지 주민들에 따르면 섬 안의 주택 19채와 창고 3동 등 모두 22채가 불에 탔다. 면사무소는 지붕이 뚫렸고, 보건소 담에는 직격탄이 떨어져 집기가 파손됐다.

김재현(72)씨는 “섬의 중앙부, 면사무소 인근 마을에는 10여발의 포탄이 떨어져 피해가 극심했다”며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있어 포탄을 맞은 옆집까지 화마에 휩쓸려 잿더미가 됐다”고 했다. 송신탑 등이 포격을 맞아 전기가 끊겼고, 유선전화는 물론 통신기지국이 파괴돼 휴대폰도 불통이었다. 포탄이 떨어진 산에도 화재가 발생해 임야의 70%가 소실됐다.

포성이 잠잠해진 23일 오후 주민 400여명이 어선을 타고 인천으로 나왔지만 1,000여명이 넘는 주민들은 음습한 대피소 안에서 추위와 공포에 떨며 뜬 눈으로 밤을 지샜다. 김정은(35)씨는 “포탄이 떨어질 때마다 대피소 천장이 무너질 듯 흔들렸고, 온통 매캐한 냄새 때문에 숨을 쉬기도 어려웠다”고 대피소의 허술함을 지적했다. 김우주(33)씨는 “식사 지원도 없고 대피소에 전기도 들어오지 않아 추위에 떨어야 했다”고 말했다.

24일 해경의 고속정 등을 이용해 대피소에 있던 주민 대부분이 뭍으로 나왔지만 아직 연평도에는 400여명이 남아 있는 것으로 관계 당국은 추산하고 있다.

연평도는 현재 복구 작업이 한창이다. 한국전력공사 인천본부는 긴급복구반 20명을 투입해 현지 주재인력 14명과 함께 포탄 파편에 맞거나 화재로 끊어진 송전선로를 잇는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 한전 관계자는 “아직 40여가구에 전기가 공급되지 않고 있지만 25일 오후까지는 모두 복구될 것”이라고 밝혔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도 이날 복구반을 연평도에 급파해 무선통신시설을 복구했다. 포 사격으로 야산을 휩쓸었던 화염도 이날 새벽 도착한 인천소방본부 소방차 23대와 소방관 90명이 진화작업을 벌여 대부분 진화됐다. 소방관들은 남아 있는 불씨가 다시 큰 불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잔불 진화작업을 벌였다.

집을 잃은 주민들을 위해 연평도에 임시 숙소가 지어진다. 소방방재청은 복구 작업이 끝날 때까지 임시로 숙식을 해결할 수 있는 목조주택 15동을 주말까지 설치한다고 밝혔다. 이 주택은 18㎡ 규모로 주방과 화장실 등을 갖추고 있다.

교육 당국은 인천으로 대피한 연평도의 초중고생에 대한 교육대책을 마련 중이다. 인천시교육청은 학생 120여명 중 상당수가 임시수용소인 인스파월드에 머물 것으로 보고, 이들을 인근 신선초등학교와 신흥중, 신흥여중, 인천정보산업고 등에 각각 배치하는 등 가까운 학교에서 25일부터 수업을 받을 수 있게 할 방침이다.

인천=허정헌기자 xscope@hk.co.kr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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