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는 주저 앉아 오열했고 동(冬)정복 차림의 영정(고 서정우 하사ㆍ22)은 말이 없었다. 23일 말년 휴가를 나오던 생때같은 아들이 북한의 연평도 포격에 꽃다운 나이에 스러졌다. 24일 고 서 하사와 문광욱 일병의 빈소가 차려진 경기 성남시 국군수도병원 내 합동분향소에서는 유가족들이 믿을 수 없는 현실에 몸을 가누지 못하면서도 조문객을 맞고 있었다.
"사고 경위와 사망 원인을 제대로 밝히기 전까지 장례를 거부하겠다"던 서 하사의 유가족들은 조문 온 고인의 지인과 정치권 등 각계 인사, 일반인들의 행렬이 이른 아침부터 이어지자 오후 3시께부터 상복으로 갈아입었다. 오전 11시께 민주당 손학규 대표를 비롯해 당 최고위원 등 9명이 빈소에 들러 "다시는 이런 비극적 사태가 일어나지 않아야 하고 더 이상 (사태가)확대되지 않도록 당국과 노력하겠다"고 위로하자 서 하사의 큰아버지 광일씨는 "정치적 힘으로라도 진실을 알게 해 달라"며 울부짖었다.
장호성 단국대 총장을 포함, 서 하사의 모교 인사들도 빈소를 찾아 고인의 넋을 기렸다. 서 하사가 1학년 때 헌법을 가르쳤다는 김형남 교수는 "공무원이 되고 싶다고 했던 기억이 난다. 입대 전에는 직접 찾아와 인사도 하고 갔는데…."라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김 교수는 아끼던 제자를 잃은 데 대해 " '군사부일체'라고 했으니 유족이나 다름없다"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서 하사와 동기생인 유리나(21)씨는 "아르바이트를 하면서도 학업에 소홀하지 않은 성실한 친구였다"고 기억했다. 이들을 맞은 유가족들은 마치 아들이 살아온 듯 부둥켜안고 "네가 정우 친구구나"라며 울음을 그치지 못했다.
충격에 빠진 유가족을 대신해 학창 시절을 함께 보낸 친구들이 꿋꿋이 고 문 일병의 빈소를 지켜 주위를 숙연하게 했다. 문 일병의 전북 제일고 동기인 백승호(20)씨는 "해병대에 지원한다고 했을 때 말렸는데 광욱이는 '군 생활을 확실히 하고 싶다'고 했다"고 말했다. 처음으로 친구를 잃어버렸다는 손주용(20)씨는 "빈소에 와 영정 사진을 보는 지금도 믿어지지 않는다"며 눈물을 삼켰다.
단국대 천안캠퍼스와 전북 군산시 군장대 등 고인들의 모교에 설치된 분향소에도 많은 이들이 조문하며 꽃 같은 젊은이들의 낙영(落英)을 안타까워했다. 사이버 공간도 예외는 아니었다. 네티즌들은 곳곳에 개설된 사이버분향소에 들러 애도했고 이들의 미니홈피와 해병대 홈페이지 등에 추모의 글을 남겼다. 서 하사 미니홈피에 글을 올린 네티즌 양형윤씨는 "당신의 희생은 세상 어느 나라에서도 찾을 수 없을 것"이라고 추모했다. 해병대 예비역이라고 밝힌 강하광씨도 해병대 홈페이지에 "'한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이라는 구호 아래 훈련을 마치고 이 땅을 지키다 간 두 후배 앞에 삼가 조의를 표한다"는 글을 남겼다.
오후 6시께는 천안함 유가족 박형준 전 대표 가족도 합동분향소를 찾아 유가족을 위로하는 등 고인들을 추모하는 발길은 늦은 시간까지 계속됐다. 조위록에도 애도의 글이 넘쳤다. 조위록 맨 첫 장에는 이렇게 씌어 있었다. "두 해병 아들 평화로운 나라로 가거라. 철원 백골부대에 아들이 있는 어느 아버지가."
성남=이성기기자 hangi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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