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에도 '그랜드 슬램'이 있다면 이 여인일 것이다. 지난 15일 개편된 프랑스 내각에서 서열 3위 외무장관에 오른 미셸 알리오 마리(64ㆍ사진)를 두고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는 '사르코지의 철의 여인'이라고 평가했다.
열성적인 럭비팬이자 강경우파인 알리오 마리는 자크 시라크 정권과 현 니콜라 사르코지 정권을 아우르며 국방장관, 법무장관, 내무장관을 거쳤다. 이번에 외무장관으로 임명되면서 '빅4'를 모두 섭렵한 최초의 인물이 됐다. 어린 시절 학교 핸드볼팀을 럭비팀으로 바꾸려다 퇴학당할 뻔 했던 '괴짜소녀'는 1999년 보수 공화국연합(RPR) 총재 자리에 오르면서 프랑스 정계에 화려하게 등장했다.
FP는 그의 외교정책이 전임자와는 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임자인 베르나르 쿠슈네르 전 장관은 사회당 출신으로 인권운동가 경력을 가졌고, 우파 사르코지 정권의 색채와는 달랐다. 사르코지가 집시들을 추방할 때 "사태가 매우 불만스러워 사임을 생각했었다"고 말한 바 있다. FP는 "좌파 인도주의자는 부침 많고 속임수가 가득한 외교의 세계에 어울리지 않았고, 그런 의미에서 알리오 마리의 임명은 적절하다"고 평가했다.
알리오 마리는 외세로부터의 독립과 비동맹 외교를 표방하는 '드골주의자'이다. 그는 30년간 자크 시라크 전 대통령을 정치적 멘토로 삼아왔고 최측근이기도 하다. 그를 외무장관으로 내세워 자신의 외교정책에 추진력을 얻도록 하는 것은 시라크 전 대통령에 대한 향수가 깊은 프랑스 국민들에게 어필하기 위한 사르코지의 전략인 셈이다.
현재 프랑스의 외교 현안은 러시아와 관계 개선, 과거 식민지 국가와의 이권문제 등이며, 무엇보다 중동ㆍ중앙아시아 정책에 대한 미국과의 협력문제가 크다. 프랑스 국방부는 최근 아프가니스탄 자국파견군의 임무를 현지 보안군에게 넘겨주고 철수하고 싶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프랑스 국방장관은 아프간을 '국제권력의 덫'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이 '철의 여인'이 세계 1강인 미국과의 문제를 매끄럽게 해결해야 하는 쉽지 않은 과제를 앞에 두고 있다. 더구나 그는 당당함과 능력면에서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과 비견된다고 FP는 평가했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