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예상보다 어렵게 출제되면서 교육 현장의 후폭풍이 거세다. EBS(한국교육방송공사) 수능 교재 연계율이 70%로 상향돼 수능이 쉽게 나올 것으로 믿었던 수험생들은 가채점 결과 예상 점수가 큰 폭으로 떨어지자 큰 충격에 휩싸였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수능의 EBS 연계를 사교육비 문제를 해결할 '특효약'처럼 내세웠으나, 정작 수험생들과 학부모들은 "정부의 방침 대신 사교육업체의 말을 믿어야 했다"는 학습효과만 얻었다고 꼬집고 있다.
'물수능'으로 표현되는 쉬운 수능과 어려운 '불수능' 논란은 입시때마다 주기적으로 반복됐다. 특히 올해는 '불수능'으로 사실상 결론이 나면서 연 두차례 치를 내용이 담긴 수능 개편안과 관련해 교육 당국이 변별력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지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안병만 전 교과부 장관은 올 초 "EBS 강의만으로 수능 대비가 가능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교과부는 "문제를 그대로 내는 것은 아니고 핵심 내용과 개념, 지문과 도표 등을 활용하거나 문항을 변형해 출제한다"는 단서를 달았지만 수험생들은 이를 '평이한 수능 출제'로 받아들였다. 수능 출제 및 채점 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역시 "수능 난이도를 예년 수준으로 맞추겠다"고 공언했었고, 시험 당일 수능 출제위원장도 "난이도는 지난해와 비슷하며 변별력이 낮아지더라도 사교육비 절감이라는 정부 시책에 부응하기 위해 연계율을 높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물수능'을 우려한 평가원은 기계적인 연계율은 70% 이상으로 맞추면서도 변별력을 높이기 위해 문제를 비비 꼬아 출제함으로써 수험생들은 교재에서 봤던 익숙한 문제를 정작 풀지는 못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교육 전문가들은 EBS 연계로 사교육비를 잡겠다는 정부의 발상 자체가 허상이며 과대 홍보된 측면이 크다고 지적했다. 김혜남 서울 문일고 교사는 "수능은 기본 원리와 개념 위주로 출제되기 때문에 어떤 문제집을 보더라도 연계율은 70% 이상 나올 수 밖에 없다"며 "연계율을 높이겠다는 정부 발표는 다른 공부에 EBS 교재까지 보도록 부담을 얹은 셈"이라고 말했다.
동훈찬 전국교직원노조 정책실장도 "EBS 연계율로 쉬운 수능에 대한 기대를 너무 부풀려 놓은 상태에서 문제를 변형해 내는 바람에 부작용이 생긴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복되는 난이도 논란과 관련해 2014학년도부터 적용되는 수능 개정안도 도마 에 오를 전망이다. 연 2회 시행과 난이도에 따라 A, B형을 선택할 수 있게 한 수능 개정안은 지금처럼 난이도 관리에 실패할 경우 극심한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수능 체제 자체가 근본적인 한계를 드러냈다는 시각도 있다. 한 입시전문가는 "수능에서 이미 출제할 수 있는 유형은 다 나왔다고 봐야 하는데 그럼에도 새 유형을 찾다 보니 문제가 어렵게 변형될 수 밖에 없다"며 "수학능력을 측정하겠다는 당초 시험 취지가 학업 성취도 평가 시험처럼 변질된 측면이 있다"고 비판했다.
수능 문항의 오류 논란과 불량 샤프심 제공, 잇따른 듣기평가 방송 사고 등도 불거져 수험생들은 "역대 최악의 수능을 치렀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언어영역 46번 문항은 채권 가격과 금리 변동의 상관관계를 설명한 비문학 지문에 오류가 있어 정답이 없다는 주장이 제기됐고, 외국어 영역 24번 문항의 지문은 한 입시업체의 모의고사 문제와 거의 동일해 논란이 되고 있다. 시험 당일 지급된 샤프심은 너무 쉽게 부러져 수험생들의 집중 성토 대상이 되기도 했다.
한준규기자 manbok@hk.co.kr
박철현기자 k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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