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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검찰 손보겠다는 정치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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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검찰 손보겠다는 정치권

입력
2010.11.23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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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칼이 자신을 겨눌 때 가장 심하게 반발하는 이들은 역시 정치인들이다. '공격이 최선의 방어'라는 듯이 온몸으로 저항하곤 한다.

검찰의 수사행태가 미심쩍으니, 이들의 저항이 터무니없다고 탓할 수만도 없다. 청목회 후원금 수사에 대한 정치권의 불만도 그런 점에서 이해가 간다. 청와대의 불법사찰 개입 의혹에 대해서는 숱한 단서와 정황에도 불구하고 어정쩡하게 덮은 검찰이 정치인의 '관행적인' 후원금 쪼개기 혐의에는 엄정한 잣대를 들이대니 억울할 만도 하다.

하지만, 결국 정치권의 반발은 제풀에 꺾이고 말았다. 옳고 그름이 인기투표로 판가름 나는 것은 아니지만, 국민이 호응해주지 않으니 여론에 민감한 정치인들로선 더 이상 어찌해볼 도리가 없게 된 것이다. 평소 정치권이 국민의 신뢰를 못 받고 있기도 하거니와, 무엇보다 제 목에 칼이 들어오자 상대방을 개혁하겠다고 핏대를 올리는 꼴이 적반하장으로 비쳤기 때문이다.

야당 의원들은 검찰 수사에는 응하면서도, 이 참에 '지나치게 막강한' 검찰을 견제하기 위해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한다. 여당 의원들도 온도 차는 있지만 검찰 개혁 주장에 동조하고 있다. 안상수 대표는 검찰의 수사권을 축소해야 한다는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여야가 한마음이니 검찰 개혁이 순풍을 탈 것 같지만, 결과를 낙관하긴 이르다. 검찰도 별로 긴장하는 기색은 느껴지지 않는다. 으레 그러려니 하는 눈치다.

지난 1월에도 여권은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의 국회 내 폭행 사건에 대한 1심 법원의 무죄 판결에 반발해 사법부를 강도 높게 비난하며 대수술을 천명한 적이 있다. 하지만 1년 가까이 지난 지금 논의가 얼마나 활발하게 진전되고 있는지 알 수 없다. 사법체계의 근간을 개혁하겠다며 정치권이 이처럼 즉흥적, 감정적으로 대응하면서 스스로 신뢰를 깎아먹고 있다.

검찰의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특히 현 정부 들어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들을 편파적으로 처리해왔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불법사찰 의혹 사건에서도 검찰은 청와대의 개입 정황을 보여주는 단서들이 줄줄이 쏟아지는데도 "수사과정에서 나온 것으로, 새로울 게 없다"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이 과연 의심의 여지 없이 철저히 수사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청와대 일부 관련자를 기껏 한 차례 불러 조사했거나, 일부는 아예 조사도 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검찰은 언론이나 정치권에서 먼저 밝혀낼 때까지 수사과정에서 확보한 청와대 관련 단서와 정황들을 일체 공개하지 않았다. 검찰은 "공소사실과 관련 없는 내용들"이라고 둘러대지만, 정권 핵심 인물들이 연루된 사건의 중대성을 감안할 때 너무 안이하다. 욕을 먹더라도 정권에 부담은 주지 않겠다는 태도가 아니라면 도무지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다.

이런 검찰을 개혁하고 견제해야 한다는 데에는 공감하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정치권이 자신들의 이해와 맞물려 검찰을 응징하려는 듯이 대응하고 나서는 것에는 박수를 칠 수 없다. 우선 진정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진정성 없는 개혁은 힘을 받을 수 없고, 방향도 올바를 수 없다.

정치권은 이미 몇 차례 검찰 개혁의 기회가 있었지만, 그 기회를 충분히 살리지 못했다. 진정으로 검찰 개혁을 이루려면 먼저 감정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고 시간을 두고 공감대를 넓혀가는 노력을 해야 한다. 개혁은 명분과 함께 타이밍이 생명이다.

김상철 사회부장 sc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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