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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후 100조원 시장을 잡아라] 3. 세계 최고 효율의 박막 태양전지로 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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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후 100조원 시장을 잡아라] 3. 세계 최고 효율의 박막 태양전지로 승부한다

입력
2010.11.23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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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세대 박막 태양전지 금맥서 '제2의 반도체 신화' 일군다

22일 대전 유성구 전자통신연구원(ETRI) 차세대 박막형 태양전지 실험실. 연구원들이 벌집 모양으로 된 클러스터 장비의 움직임을 꼼꼼하게 살피고 있다. CIGS(구리, 인듐, 갈륨, 셀레늄 화합물 반도체)에 들어가는 각 요소의 조합을 끊임없이 바꿔가며 가장 높은 에너지 효율(태양광이 실제 에너지로 변환하는 정도)을 얻을 수 있는 과정을 반복하고 있었다.

실험실 관계자는 "현재 주류를 이루고 있는 결정형 태양전지에 비해 박막형 태양전지는 공정 자체가 간단하고 원료인 폴리실리콘도 훨씬 덜 쓸 수 있기 때문에 여러모로 장점이 많다"며 "앞으로는 박막형 태양전지가 대세를 이룰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래 에너지 원으로 각광 받으며 신재생에너지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는 태양광. 지난 10년 동안 매년 40% 이상 성장을 거듭하고 있고, 특히 지난해는 전 세계적 금융위기 탓에 시장이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성장세는 멈추지 않고 있다.

태양광 산업은 최근 '제2 라운드'로 넘어가고 있다. 태양광 산업의 무게 중심이 결정형 전지에서 차세대 박막형 태양전지로 옮겨가기 시작한 것. 결정형 태양전지 시장은 2009년에 전년 대비 약 45% 증가한 반면 박막형 태양전지 하나인 CIGS는 290%로 급성장했다. 전체 태양전지 시장에서 박막형이 차지하는 생산 비중도 19.8%(2009년 기준)를 차지할 정도. 미국 퍼스트솔라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CdTe 박막 태양전지(카드뮴(Cd)과 텔루라이드(Te) 2가지 물질의 화합물로 회로를 구성한 박막 태양전지)의 상용화에 성공한 덕분에 태양전지 시장에서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다.

태양전지 기술은 크게 실리콘을 갈아 만드는 실리콘 형 전지와 유리나 특수 플라스틱 기판 위에 얇은 막 형태의 전지를 붙여 만드는 박막형으로 나뉜다. 그리고 박막형은 다시 CdTe, CIGS, 비정질 박막 실리콘, 연료감응형 등이 있다.

태양광 산업의 경쟁력은 ▦폴리실리콘 등 재료를 얼마나 덜 쓰느냐 ▦공정을 얼마나 단순화 하느냐 ▦에너지 효율이 얼마나 높은 지 등에 달려 있다.

그런데 박막형은 결정형에 비해 공정이 훨씬 간단하다. 폴리실리콘→잉곳(폴리실리콘을 덩어리 형태로 만든 것)→웨이퍼(잉곳을 얇게 썰어 놓은 모양)→태양전지→모듈로 이어지는 공정이 폴리실리콘에서 곧바로 모듈을 만들 수 있다. 자연스레 전지를 만드는 데 필요한 원료도 훨씬 덜 드는 쓰인다. 실제 퍼스트솔라는 모듈 제조 비용은 1와트(w) 당 0.84달러 수준으로 기존 태양전지 모듈 제조 비용의 절반 수준이다.

문제는 박막형이 실리콘 형과 비교해 효율이 많이 떨어진다는 것. 실제 전문가들은 내년이면 결정형 태양전지의 효율은 21%에 도달할 것으로 내다보는 반면 박막형은 11%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 게다가 넓게 이어 붙이는 것도 기술적으로 쉽지 않다.

정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막형 태양전지를 '제2의 반도체'라 부르며 이런 기술적 어려움을 이겨내고 세계 최고 수준의 효율을 확보하겠다고 선언했다. 지식경제부 전략기획단이 이 분야를 빠른 시간에 성과를 낼 수 있는 선도기술 중 하나로 꼽고 2020년까지 11조원을 뽑아 내겠다고 나섰다.

사실 정부가 이렇듯 자신하는 데는 믿는 구석이 있다. 태양광 발전에 쓰이는 전지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기술은 우리나라가 세계 시장을 석권하다시피 하고 있는 디스플레이 기술과 매우 비슷하다는 것. ETRI관계자도 "박막형 태양전지 기술은 우리나라가 세계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디스플레이 기술과 매우 비슷하기 때문에 기술 개발에도 상당히 유리하다"고 말했다.

결정형 태양전지 분야의 기술력에서는 미국, 독일, 일본에 뒤졌지만 차세대 박막형 전지 분야는 세계적으로 이제 막 시장이 눈을 뜨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충분히 해 볼만 하다는 게 정부와 업계의 판단이다. 게다가 반도체, 디스플레이 산업의 인프라를 그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또 다른 강점으로 꼽힌다.

물론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특히 태양광 분야의 약점으로 꼽혀 온 소재, 장비 산업도 하루 빨리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현재 전 세계 태양광 장비 시장은 독일(40%), 미국(30%), 일본(20%) 등이 주도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 점유율은 1%가 채 안 되는 실정이다.

이해석 신성홀딩스 연구소장은 "박막형은 장비 자체가 훨씬 커지기 때문에 장비 업체에 대한 의존도가 그 만큼 커질 수밖에 없다"며 "장비 업체와 협력을 통해 모든 공정을 수직계열화 하지 않으면 기술력을 충분히 발휘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정부는 규모의 경제가 필요한 태양전지 셀과 모듈은 대기업이, 소재, 부품, 장비는 중소기업이 나눠 맡은 다음 이를 한데 묶은 '패키지'형태로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황수성 지식경제부 신재생에너지 과장은 "소재와 장비는 눈 앞의 시장이 아니라 장기적 시장을 보고 가는 것이기 때문에 전략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며 "중소기업의 태양광 소재, 부품, 장비 연구개발(R&D) 지원 비율을 2012년까지 50%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대기업(수요)과 중소ㆍ중견기업(공급)이 함께 손 잡고 R&D를 진행하도록 이끌고, 구매를 전제로 한 R&D를 특별 우대하는 정책을 펼칠 계획이다.

후원 : 대한생명

대전=글ㆍ사진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 인터뷰/ 오수영 ETRI 연구부장

"출발이 조금 늦었지만, 충분히 해 볼 만 합니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분야에서도 뒤늦게 시작했음에도 세계 시장을 석권한 것처럼 박막형 태양전지 분야에서도 성공 가능성은 큽니다."

오수영 전자통신연구원(ETRI) 융합 부품ㆍ소재 연구 부문 차세대 태양광 연구부장(박사)은 22일 우리나라 기술로도 차세대 박막형 태양전지에서 충분히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박막형 태양전지 분야에서 국내 최고의 기술력을 지닌 ETRI에서 2년째 차세대 태양전지 연구의 책임을 맡고 있는 그는 30년 동안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일했다. 오 박사는 "요즘 실리콘밸리를 '솔라셀 밸리'라고 부를 만큼 미국은 차세대 태양광 산업에 대한 연구개발(R&D)에 사활을 걸고 있다"며 "그런 그들이 두려워하는 복병으로 우리나라를 꼽고 있다"고 소개했다.

우리나라 태양광 산업의 경우 결정형 태양전지 분야는 기술력에서 앞선 독일 및 일본,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물량 공세를 펼치는 중국 사이에 낀 채 힘겹게 경쟁을 펼치고 있다. 특히 최근 2년동안 폴리실리콘 공급 과잉, 글로벌 금융위기, 태양광 모듈 가격 하락 등으로 전 세계 태양광 시장이 공급자 중심에서 수요자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저가, 고효율 태양전지를 만드는 몇몇 대형 업체들이 시장 주도권을 쥐면서 나머지 업체들은 앞으로 힘든 나날을 보낼 것이라는 예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오 박사는 그 동안 개별기업이나 연구기관이 R&D 차원에서 진행했던 박막형 태양전지 사업을 이제는 정부가 나서 컨소시엄을 만들고 몸집을 더 키워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의 경우 신재생에너지산업기술개발기구(NEDO)를 중심으로 도시바, 파나소닉, 교토대 등 민관이 함께 5년 간 차세대 태양전지 개발에 전력 투구할 계획을 내놓았는데 올해만 40억엔의 연구비를 책정했다.

그는 "업계에서는 태양광 수요가 폭발하는 '그리드패리티'(grid parityㆍ신재생에너지로 전기를 생산하는 비용이 기존 화석연료 발전 비용과 같아지는 균형점)가 당초 2015년~2020년에서 2013년~2015년으로 앞당겨 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며 "특히 태양광 산업의 경쟁력은 규모의 경제가 필요한 만큼 개별 기업, 연구기관들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식경제부 전략기획단이 이 분야를 키워보자 나선 것은 바람직"하다며 "특히 대기업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투자를 진행하고 중소기업들과 손 잡고 연구개발을 진행해야 수요가 폭발하기 전에 구체적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대전=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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