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염과 굉음 속에서도 적에게 즉각 대응사격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습니다." 북한군의 포격으로 연평도 전체가 불바다로 변했던 23일 철모가 불타는지도 모른 채 북한 해안포기지를 향해 대응사격을 한 임준영(사진) 상병의 이야기가 전해져 해병대원들은 물론, 온 국민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다.
연평부대 포7중대 소속인 임 상병은 적 포탄이 진지 주변으로 쏟아지기 시작하자 직감적으로 대응사격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숙소에서 뛰어나온 임 상병 곳곳에서 터지는 포탄 파편과 화염을 뚫고 K_9자주포로 달려갔다. K_9에 도착한 그는 포상(대피 시설)에서 포를 옮겨 위치를 잡고 적 진지를 향해 방열했다.
주변에 떨어진 적 포탄 때문에 화염이 임 상병을 휘감았고 철모 외피에 불이 붙었다. 급기야 불길은 임 상병의 철모 턱 끈까지 타들어 갔다. 전투복도 불길에 까맣게 그을렸지만 임 상병은 이를 모른 채 사격을 계속했다. 임 상병은 어느 정도 상황이 정리되고 나서 철모와 턱 끈이 타 버린 것을 알아차렸다. 이 이야기는 25일 임 상병이 불에 탄 철모를 쓴 채 피해 복구 작업을 하던 것을 부대 지휘관이 발견하면서 알려졌다. 유낙준 해병대 사령관은 이날 "폭격과 화염의 공포 앞에서도 굴하지 않고, 해병대 정신을 발휘한 임 상병의 철모를 해병대 정신의 상징으로 삼아야 한다"며 해병대박물관에 영구 전시토록 지시했다.
화성=강주형 기자 cub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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