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가 아시안 게임과의 악연을 또 다시 끊지 못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대표팀은 23일 톈허경기장에서 열린 아랍에미리트연합(UAE)과의 준결승에서 연장 후반 추가 시간 통한의 결승골을 허용하며 0-1로 패했다. UAE는 일본과 결승전에서 격돌한다.
지긋지긋한 아시안 게임 징크스를 실감한 한판이었다.
한국 축구는 1986년 서울 대회 이후 24년 간 아시안게임에서 정상을 밟지 못했다. 매번 압도적인 경기를 펼치고도 상대 골문을 열지 못해 분루를 삼켜야 했다. 2002년 부산 대회에서는 이란과의 준결승에서 승부차기 끝에 패했고, 4년 전 도하에서는 이라크와의 준결승에서 일방적인 공세에도 불구 0-1로 석패했다. UAE전에서도 이 같은 악몽은 반복됐다.
한국은 전후반 90분과 연장전 30분간 무수한 득점 찬스를 잡았지만 회심의 슈팅은 번번이 골대를 빗나가거나 상대 수문장의 선방에 가로 막혔다.
홍명보 감독은 박주영(AS 모나코)을 최전방에 세운 4-2-3-1 포메이션으로 경기에 나섰다. 김보경(오이타)이 처진 스트라이커로 박주영의 뒤를 받쳤고, 홍철(성남)이 왼쪽 날개로 반대편의 조영철(니가타)과 측면 공격을 이끌었다.
한국은 전반전부터 볼 점유율에서 앞섰고 맹공을 퍼부었지만 UAE 수비벽을 뚫지 못하며 진땀을 흘려야 했다. '이렇게 경기가 풀리지 않을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한국은 많은 득점 기회를 잡았지만 한 차례도 살리지 못했다.
전반 29분 홍철이 왼쪽 측면을 돌파해 올린 크로스를 김보경이 왼발 슈팅으로 연결했지만 빗맞으며 골문을 벗어났다. 전반 36분 구자철이 올린 프리킥 크로스를 김보경이 헤딩 슛으로 마무리했지만 골키퍼 정면으로 향했다. 3분 후 박주영이 상대 수비 4명을 제치고 아크 정면에서 페널티지역 왼쪽으로 패스를 내준 완벽한 찬스에서 날린 조영철의 슈팅은 허공을 갈랐다.
후반 24분에는 서정진(전북)이 날린 강슛은 골키퍼의 가슴팍을 강타했고, 후반 추가 시간 서정진이 상대 골키퍼 키를 넘기는 슈팅을 시도했지만 UAE 수문장 후사인 알리 카세이프의 손을 벗어나지 못했다.
연장전에서도 경기 흐름은 변하지 않았다. 특히 연장 후반 13분 UAE 골 네트를 가르며 짜릿한 승리를 거두는가 했지만 오프사이드가 선언돼 아쉬움을 남겼다.
홍명보 감독은 연장 후반 막판 승부차기를 염두에 둔 듯 선발 골키퍼 김승규(울산)를 이범영(부산)으로 교체했다. 그러나 '홍명보호'는 연장 후반 추가 시간 오른쪽 지역을 파고 든 알라브리 아메드 알리에게 통한의 결승골을 내주며 침몰했다. 한국은 25일 이란과 동메달을 놓고 맞붙는다.
광저우=김종한기자 tellm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