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연평도 도발은 우리 경제 및 금융시장에도 적잖은 타격이 될 것으로 우려된다. 근래 들어 천안함 사태 등 대형 북한 리스크에도 금융시장이 큰 요동을 치지 않았지만, “이번엔 다르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정부는 23일 긴급 위기관리대책회의를 가진 데 이어 24일 오전에도 경제금융상황 점검회의를 개최키로 하는 등 대응책 마련에 분주히 움직였다.
북한의 연평도 도발 소식이 처음 전해진 게 국내 금융시장 마감 직전인 오후 3시 무렵. 따라서 이날 정규 금융시장에는 영향을 주지 않았지만, 역외선물환(NDF) 시장 및 시간외 거래에서 환율은 뛰고 주가는 폭락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ㆍ달러 환율은 1,130원대 후반에 마감했지만, 뉴욕 NDF 시장에서 1개월물 원ㆍ달러 환율은 한때 1,180원까지 치솟았다. 외환시장 관계자는 “그렇지 않아도 유럽 재정불안에 대한 우려감에 상승하던 환율에 기름을 부은 격”이라며 “24일 국내 환율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증시는 시간외 거래에서 삼성전자, 현대차, 기아차, 포스코, KB금융 등 거의 전 종목이 하한가(-5%)에 가까운 폭락세를 보였다. 장중에 보합권을 유지하던 국채 선물 역시 북한의 연평도 도발 소식이 전해지면서 급락했다.
‘코리아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대외 신인도에도 영향을 주는 모습. 우리나라의 신용 위험을 보여주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큰 폭으로 상승했다. 이날 5년 만기 외국환평형기금의 CDS 프리미엄은 전날 86bp(1bp=0.01%포인트)보다 14bp 높은 100bp까지 뛰었다. 국제금융센터 관계자는 “CDS 프리미엄의 절대적인 수준이 높은 것은 아니지만, 상승폭과 속도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경제 부처들은 금융시장 파급을 최소화하기 위해 긴박한 움직임을 보였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오후 7시 관련 부처 장ㆍ차관들이 참석한 가운데 정부과천청사에서 긴급 위기관리대책회의를 갖고 우리 경제와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과 대응책 등을 논의했다.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한국은행 등도 이날 오후 각각 대책회의를 열고 역외 외환시장과 외국인 투자동향 등을 집중 점검했다. 경제 부처들과 국제금융센터는 24시간 비상상황 대응체제도 가동하기 시작했다. 정부는 이어 24일 금융시장 개장 전인 오전 7시30분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재정부, 금융위, 한은 등이 모두 참여하는 경제금융상황 점검회의도 개최할 예정이다.
그러나 일시적인 충격을 거치고 나면 금융시장이 서서히 안정세를 되찾을 수 있을 거라는 게 정부의 판단. 윤증현 재정부 장관은 “단기적으로 금융, 외환시장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이 있지만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해서는 여러 비슷한 사례에서 경험했듯 단기간에 회복돼 왔다”며 “재정이 건전하고 외환보유고가 충분해 금융, 외환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과거 북한 핵 실험이나 천안함 사태 등과는 다를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금융연구실장은 “향후 추이에 따라 달라지긴 하겠지만 이번에는 과거 사례와 좀 다르다고 봐야 한다”며 “금융시장 단기 영향은 불가피하며, 국내로 유입되는 외국자본의 행선이 바뀔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정민승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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