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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700년 만에 자진사임 가능성 언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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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700년 만에 자진사임 가능성 언급

입력
2010.11.23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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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명의 세계 종교지도자가 나란히 사임에 대해 언급했다. 교황 베네딕토 16세(83)는 "업무수행이 더 이상 어렵다고 느껴질 경우 사임할 것을 주저하지 않겠다"고 밝혔고, 티베트의 수반이자 영적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75)측은 "내년 3월 정부수반 은퇴를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베네딕토 16세는 23일 출간된 라는 책에서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그리고 영적으로 더 이상 교황 업무 수행이 어렵다고 느낄 경우, 사임할 권리가 있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의무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 책은 독일의 가톨릭 전문 언론인 페터 시발트가 교황과 인터뷰 형식으로 대화를 나누고 쓴 책이다.

그는 "교황의 의무와 잦은 해외 출장에 자주 부담을 느끼곤 한다"며 "때로 육체적인 면에서 내가 일(교황 업무)을 해낼 수 있을 지 걱정되고 의문이 들기도 한다"고 털어놓았다.

교황은 선종할 때까지 업무를 하는 것이 가톨릭의 전통이며, 만약 베네딕토 16세가 자진 사임한다면 700여년 만에 처음이다. 교황이 265대까지 이어지는 동안, 1294년 첼레스니토 5세가 나폴리 왕에게 교황청이 장악 당하자 추기경들과 상의해 물러났던 것이 유일한 자진 사임이었다. 그러나 2005년 선종한 요한 바오로 2세도 사후에 공개된 문서에서 1989년 "불치의 병에 걸릴 경우 사임하겠다"고 말했을 만큼, 교황들은 사임에 대해 고뇌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티베트 망명정부 수반으로 대(對)중국 독립투쟁을 이끌어온 달라이 라마도 내년 3월 티베트 의회에 망명정부의 상직적 지도자 역할에서 은퇴하는 안건을 상정할 예정이라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달라이 라마의 대변인은 그러나 "정부 수반으로서 은퇴를 의미할 뿐, 티베트의 투쟁 지도자로서 완전한 은퇴는 있을 수 없다"며 "그는 (은퇴가 불가능한 티베트 불교의 수장인)달라이 라마"라고 강조했다. 또 티베트 망명정부는 2001년부터 별도의 정부 지도자를 뽑아왔기 때문에 달라이 라마는 사실상 준(準) 은퇴 상태였다는 설명이다.

달라이 라마는 앞서 CNN, 인도 방송과 인터뷰에서 "나도 사람이다, 은퇴하고 싶다"는 의사를 거듭 표시했었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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