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가루가 주를 이루는 찐빵 업계에 경기 여주의 특산품인 여주 쌀과 고구마를 주 재료로 한 '웰빙 여주 쌀찐빵'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최대일(49) 이미경(44)씨 부부가 9월 경기 여주군 여주읍에 조그만 점포를 차리고 쌀찐빵, 고구마찐빵, 쑥찐빵 등 세 가지 메뉴를 선보이며 인기몰이에 나선 것.
최씨 부부의 쌀찐빵에는 임금에게 진상될 정도로 품질이 좋은 여주 명품쌀이 63%나 들어간다. 쌀은 밀가루에 비해 점도가 낮아 반죽을 만들기 어렵고 찜통에 쪄도 죽처럼 흘러내려 속이 터진다.
하지만 최씨는 부단한 실험 끝에 쌀과 밀가루의 '황금 비율'과 식물성 첨가물인 '비밀 발효제'를 찾아냈다. 최씨는 "다른 쌀찐빵의 경우 심지어 쌀이 5%에 불과하지만 다른 첨가제를 많이 넣고 '쌀찐빵'이라는 이름을 붙인다"며 "여주 쌀찐빵에는 쌀 밀가루 발효제 설탕 등 6, 7개 재료만 들어간다"고 귀띔했다.
최 사장이 개발한 천연 식물성 비밀 발효제는 쌀이 많이 들어가도 점성을 높여주는 비법이지만 사업이 자리를 잡은 후에는 쌀찐빵 업계 발전을 위해 일반에게 공개할 계획이다.
쌀 찐빵은 부드러운 맛도 일품이거니와 영양도 풍부하다. 또 밀가루에 비해 소화가 잘 돼 노인과 어린이의 간식이나 식사 대용으로 제격이다. 특히 여주 쌀찐빵은 최 사장의 비밀 발효제 덕에 기존 쌀찐빵의 최대 단점인 보존기간이 짧은 문제도 해결했다.
더구나 쌀 소비량 감소를 걱정하는 농민들에게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최씨의 매장에서만 하루 500~600개의 쌀찐빵을 파는데, 이 정도면 한 달에 쌀 300kg을 소비한다.
쌀찐빵은 3개월 만에 시장의 호응을 얻어 냈다. 10월 열린 여주 진상명품전에 쌀찐빵을 출품했는데 시민들은 물론 외국인들까지 엄지 손가락을 치켜들었다. 품평회 등에서도 호평을 받았다. 매일 찐빵을 넉넉히 쪄 아동센터와 노인복지시설에 기부하고 있다.
쌀찐빵의 가장 큰 난제는 가격 경쟁력이다. 고가인 여주쌀을 주재료로 하다 보니 단가가 높을 수밖에 없다. 여주쌀은 현재 20㎏당 4만7,000~4만8,000원에 달한다. 여기에 찐빵 한 개를 만드는 데 밀가루는 40~45g이 필요한 반면, 쌀은 50~55g이 들어간다.
찐빵 안에 들어가는 소도 여주 고구마, 국내산 팥, 쑥을 사용하기 때문에 제조 원가가 밀가루 찐빵에 비해 세 배나 높다. 그래서 판매가도 쌀찐빵은 1,000원(쌀 함유율 63% 기준), 고구마ㆍ쑥찐빵은 각 600원인 반면, 밀가루 찐빵은 400~500원 선이다.
초심을 흔드는 유혹(?)도 많다고 했다. 모 광역단체에서는 '우리 지역에서 대량 생산하면 지역 쌀을 20kg당 2만5,000원 선으로 지원하겠다'는 제안도 해왔다. 하지만 최씨는 "여주에 살면서 여주쌀로 명품 찐빵을 만들겠다는 초심을 잃지 않겠다"며 거절했다.
최씨의 다음 목표는 시설을 기계화, 계량화해 판매 단가를 낮추는 것이다. 지금은 거의 모든 작업을 최씨 부부가 수작업으로 하고 있다. 최씨는 "쌀찐빵이 자리를 잡고 나면 평소 개발해 보고 싶었던 고구마 칼국수, 고구마 떡에도 도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글ㆍ사진=강주형기자 cub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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