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은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처음으로 정식종목에 채택됐다. 한국 바둑은 첫 대회 첫 종목에서 우승하는 영광을 차지했다. 박정환(17)-이슬아(19) 조가 지난 22일 바둑 혼성페어 결승에서 중국의 씨에허-송롱후이 조와 289수까지 가는 대접전 끝에 흑으로 1집 반승을 거뒀다.
대국이 펼쳐지는 바둑 경기장 풍경은 어떨까. 여느 경기장 분위기와는 사뭇 달랐다. 자국 선수들을 응원하는 관중도, 열성적인 함성도 찾아볼 수 없었다. 소음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 바둑장은 숨막히는 고요함만이 감돌고 있었다.
광저우 대회조직위원회는 대국이 열리기 전 휴대전화와의 전쟁에 나선다. 벨 소리는 물론 진동 모드조차 허락되지 않고 전화기 전원을 아예 꺼야 한다. 치열한 두뇌싸움을 펼쳐야 하는 바둑은 고도의 집중력을 요구하기 때문에 자칫 휴대전화 소음으로 인해 선수들의 경기력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휴대전화가 울려 적발되면 2,000위안(한화 약 35만원)의 벌금을 부과해야 한다. 실제로 박정환-이슬아 조의 혼성페어 결승전이 열린 광저우 중국기원 앞에서는 휴대전화 전원을 차단하는 이들의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다.
특히 경기 전체를 관람하는 게 금지돼 있는 점도 다르다. 조직위는 경기 시작 후 15분만 공개한 뒤 경기장을 떠나줄 것을 요청한다. 이에 따라 국내외 취재진은 짧은 시간 안에 많은 장면들과 분위기를 담기 위해 열을 올릴 수밖에 없다.
바둑이 머리싸움인 만큼 선수들의 스트레스 해소법도 이색적이다. '얼짱 스타' '바둑돌'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이슬아는 머리에 침을 꽂고 대국에 나서 화제가 됐다. 그는 "원래 긴장을 잘하는 편인데 이번 대회가 시작되자마자 두통이 심하고 배도 아팠다"며 "중국에 함께 온 한의사 선생님께서 머리에 침을 놔줘서 좀 편하게 대국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자리에 오랫동안 앉아 대국을 펼치다 보니, 경기 도중 화장실 가는 것은 허용된다. 이슬아 역시 결승전 도중 자리를 잠깐 비웠다. 양재호 바둑 대표팀 감독은 "경기 중에 화장실을 다녀와도 된다. 다만 시간은 계속 가는 만큼 제한시간 안에 와야 벌점을 받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광저우=김종한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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