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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러 수교 20주년 기념 표트르대제박물관 유물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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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러 수교 20주년 기념 표트르대제박물관 유물 전시

입력
2010.11.23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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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서쪽에서부터 시베리아를 거쳐 한반도에 이르는 방대한 지역에 사는 여러 민족의 유물, 유라시아인의 생활문화 유물을 한꺼번에 볼 수 있는 전시가 열린다.

국립민속박물관(관장 신광섭)은 한국과 러시아의 수교 20주년을 기념해 러시아 상트 페테르부르크에 있는 표트르대제 인류학ㆍ민속지학박물관 소장 유물을 대거 선보이는 ‘유라시아 문화, 만남으로의 여행전’을 24일 기획전시실에서 개막해 내년 3월14일까지 연다.

표트르대제박물관은 1714년 러시아 최초의 황제 표트르 대제가 일반 대중을 위해 처음으로 지은 박물관으로 180만점의 유물을 소장하고 있다. 이 박물관 건물은 궁전 등으로 사용되다 용도가 바뀐 것이 아니라, 애초부터 박물관 용도로 지은 세계 최초의 박물관이기도 하다.

이 박물관은 기이하고 신기한 유물이 많아 ‘꾼스까메라(기이한 방)’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 방한한 유리 치스토프 표트르대제박물관 관장은 “이번 전시는 우리 박물관이 지금까지 아시아에서 연 전시 가운데 최대 규모”라며 “다양한 민족의 유물을 볼 수 있는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전시에서는 상트 페테르부르크에서 출발해 한국까지 여행하면서 만날 수 있는 다양한 유라시아 민족들의 생활문화 유물 405건 654점을 볼 수 있다. 전시장 입구에 들어서면 처음 만나는 것이 볼가강 중류의 핀ㆍ위구르계 민족과 카잔 타타르족의 의복, 악기 등 생활 유물이다. 이어 중앙아시아의 시장 풍경과 이슬람 고행자 데르비슈의 복식을 볼 수 있고, 유목민의 거처인 유르따에서 결혼식 장면이 재현된다.

시베리아 유물로는 서 시베리아의 위구르족 유물 가운데 우리의 장승과 비슷한 멘크바를 비롯, 에벤키족 샤먼이 사용하는 무구(巫具)로 조상의 정령을 상징하는 가면, 우주의 모습을 그려 넣은 쇼르족 샤먼의 북, 신라의 금관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케트족 샤먼의 관 등 샤머니즘 관련 유물이 눈길을 끈다.

아무르강에 사는 연어의 가죽으로 만든 나나이족의 여성 의복, 순록 가죽으로 만든 에벤키족의 가방, 고구려 왕자가 망명해 신이 됐다는 전설이 있는 부랴트 족의 활과 화살, 자작나무 껍질로 만든 러시아 전통 물레와 통 등도 전시된다.

표트르대제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2,000여 점의 조선 후기 유물 중에서 엄선된 유물도 만날 수 있다. 초대 러시아 공사 베베르가 수집해 기증한 촛대는 용과 봉황이 장식돼 있고, 은입사ㆍ도금ㆍ주조 등 다양한 기법이 돋보여 궁중에서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명성왕후 하사한 종이상자와 청자완, 상궁이 러시아 귀부인에게 쓴 한글편지 등도 조선 왕실의 기품을 느끼게 한다. 러시아 의사 야쭈트가 수집한 십전대보탕, 궁귀탕 등은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한약재이기도 하다.

남경욱기자 kw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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