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3일 서해 연평도에 수십 발의 해안포를 발사했다. 6ㆍ25전쟁 이후 북한이 남한 영토를 직접 무력 도발한 것은 처음이고, 전방의 경계 병력이 아닌 민간인을 향해 발포한 것도 사상 초유의 일이다. 북한이 최근 우라늄 농축시설을 공개한데 이어 의도적 도발까지 감행하면서 한반도의 긴장이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북한이 오후 2시34분께 연평도와 마주보고 있는 서해 개머리와 무도해안포기지에서 연평도 육상과 해상으로 수십 발의 해안포와 곡사포를 발사했다"며 "한국군도 자위권 차원에서 K_9자주포로 80여발의 대응사격을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연평도 현지 관계자들은 "북에서 발사한 포가 족히 200여발은 넘는다"고 말해 논란이 예상된다.
이날 북한은 2시34분께부터 55분께까지 21분간 포를 발사한 데 이어 3시10분께부터 41분께까지 31분간 또 다시 포를 발사했다. 군이 교전수칙에 따라 대응사격을 했지만 북한의 개머리와 무도기지를 초기에 무력화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따라서 군의 초동대처가 적절했는지를 놓고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북한의 포격으로 해병대 연평부대 소속 서정우(22) 병장과 문광욱(20) 이병이 병원 후송 도중 숨지고 장병 15명이 부상했다. 합참은 "연평도의 군 기지를 향한 명확한 조준사격이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방공호로 대피하는 과정에서 주민 3명이 다쳤다. 군 시설과 주택 수십 채, 상당한 면적의 임야도 불타 연평도 일대에는 검은 연기가 치솟았다.
군은 대응사격을 하는 동시에 2시38분께부터 순차적으로 공군 전투기 F-15K 4대와 KF-16 4대를 서해5도에 급파해 초계비행을 했다. 또 전군에 비상경계령을 내리고 2시50분께 국지도발 최고 단계의 대비태세인 진돗개하나를 발령했다. 정부는 모든 공무원에게 비상경계령을 내렸다.
군은 북한에 방송을 통해 "추가 도발을 하면 강력히 응징하겠다"고 경고했다. 3시50분께는 북한 장성급회담 대표에게 사격 중지를 촉구하는 전화통지문을 발송했다.
군은 이날 오전 10시께부터 백령도와 연평도 지역에서 사격훈련을 실시했다. 군은 이 훈련이 서해에서 실시한 육ㆍ해ㆍ공군, 해병대 합동훈련인 호국훈련과는 무관한 별도 훈련이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북한은 오전 8시20분께 "북측 영해로 사격을 할 경우 좌시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전통문을 보내 훈련 중단을 강하게 촉구했다. 이에 대해 합참은 "이날 훈련은 미리 사격구역을 예고한 데다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통상적인 것으로 남측 수역에서 이뤄졌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한미 군당국은 이날 북한군 공격과 관련, 대북감시태세인 워치콘을 3단계에서 2단계로 한 단계 격상해 대북방어수준을 강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이날 연평도 도발에 대해 '남측이 먼저 군사적 도발을 해 군사적 대응 조치를 취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북한군 최고사령부는 이날 오후 7시 조선중앙통신 보도를 통해 "남조선 괴뢰들이 우리의 거듭된 경고에도 불구하고 23일 13시부터 조선 서해 연평도 일대의 우리 측 영해에 포사격을 가하는 군사적 도발을 감행했다"며 "우리 혁명무력은 괴뢰들의 군사적 도발에 즉시적이고 강력한 물리적 타격으로 대응하는 단호한 군사적 조치를 취했다"고 사실을 왜곡해 남측에 책임을 떠넘겼다.
유인호기자 yih@hk.co.kr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